"美 관심 분산 속 인도·태평양 억제 어려워져…韓 역할 커진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 "한국은 모범적 동맹…조선·MRO·핵잠 협력 새 국면"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열린 홍릉국방포럼 2026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으로 집중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억제 유지가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의 역할과 한미 간 유지·보수·운영(MRO), 핵추진잠수함, 기술협력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전직 미 국방부 고위 관료의 평가가 나왔다.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열린 '홍릉국방포럼 2026'에서 특별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워싱턴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돈이나 군사장비, 플랫폼이 아니라 최고 정치지도자들의 관심과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라며 "현재 이란에 많은 관심이 치우쳐져 있고, 유럽과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많은 관심이 가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다른 지역의 위기에 동시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우발적 상황이나 전투 가능성, 탄약 공급과 군수·정비 지원 부담 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이용한 '기회주의적 공세' 가능성도 우려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 이란 간 연계도 주요 변수로 꼽았다. 그는 "중국에선 실제 연대도 아니고 사무국이 있는 것도 아니며, 장기적 협력 양상이 있는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협력이 제한적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따른 영향력은 막대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또 대만해협 등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한반도 안보 상황도 크게 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한미동맹에 대해선 "고무적인 상황"이라며 특히 조선과 MRO 협력 분야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또 "핵잠 협력이 진행 중이고, 기술 협력 증진 분야에서도 훌륭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트럼프 1기 때는 한국에 대해 '늘 도움을 받지 못한다'라고 했지만,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앨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등도 한국을 모범적 동맹국이라고 한다"라고 전했다.

미중 갈등 심화하면 한국 더 중요해져…중국 전략엔 복잡성 더해

슈라이버 전 차관보가 대만해협 위기와 한반도 상황의 연동성, 한국의 역할을 함께 언급한 것은 한미동맹의 역할을 기존 한반도 방어에 한정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억제와 안정 유지로 확장해 보는 전략적 유연성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해외 주둔 미군 전력을 특정 지역이나 임무에 고정하지 않고 필요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전력 운용 개념이다. 이를 주한미군으로 대입하면, 그간 한반도 방어 전력으로 기능하던 주한미군을 역내 분쟁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으로 해석돼 왔다.

마이클 오핸런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도 이날 포럼에서 "미국이 중국과 어려운 시기가 되면 한국은 더 중요한 동맹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이 한반도 방어를 위한 더 큰 부담을 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측 시각에서는 이같은 한미동맹 역할 확대가 우려 요인으로 해석됐다. 자오밍하오 중국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교수 겸 부소장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한국의 핵잠 개발, 한미일 협력 확대를 놓고 "한반도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중국의 지역 정책에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오 교수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개발을 승인한 것을 두고 "한국을 미국 주도의 안보 구조에 더욱 통합하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주한미군이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라는 역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자오 교수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일본·필리핀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구상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 병력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전략적 종심과 중심적 위치를 제공하고, 일본은 핵심 해양 요충지를 확보하며, 필리핀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상교통로에 대한 남부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