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유엔사 관계자 "北 MDL 인근 '국경선화' 작업, 정전협정 위반 아냐"

한국군도 유사 작업 수행…北 작업, 한국에 적대적이라는 증거 없어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모습.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전 유엔군사령부(유엔사) 관계자가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인접 구간에서 2년여간 진행해 온 남북 단절 목적의 군사 활동인 '국경선화' 작업이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23일 밝혔다. 한국군도 유사한 작업을 수행한 적이 있으며, 지뢰 매설 및 철책 등 장애물 설치가 남한을 공격하겠다는 의사로 볼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클 보잭 전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부비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전협정에 근거한 실무적 관점에서 판단하면, (철조망 설치 및 지뢰 매설 등 행위는) 건설 및 유지 보수 활동으로 간주된다"라며 "한국군도 남측 지역에서 지뢰 매설, 울타리 설치, 방벽 구축 등 작업을 수행한다"라고 말했다. 보잭 전 부비서장은 지난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유엔사에 재직했다.

앞서 유엔사는 북한군이 MDL 이북 100m 이내 지점까지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과거에 없던 방식의 국경선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건설 행위 및 진지구축, 방어 행위 또는 관련 인력의 존재만으로 정전협정 위반이 자동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내며 북한군의 활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전날 북한군의 MDL 인접 활동이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며 유엔사와 다른 입장을 냈다.

일각에서는 보잭 전 부비서장의 의견이 현재 유엔사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보잭 전 부비서장은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잣대가 "DMZ 내 '군사적 균형'"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북한군이 균형을 깨트리는 장비 및 전력을 도입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라면서도 "현재 그들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MDL을 무단 침범하는 모든 행위는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부연했다.

또 그는 북한군의 이같은 요새화 활동이 적대적이라는 증거는 없으며, 실무적으로는 오히려 군사적 완충 공간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보잭 전 부비서장은 "(북한군이 MDL 인근에서 추진 중인) 모든 증거는 북한군이 무단 월경을 방지하기 위해 국경을 강화하고 있음을 가리킨다"라며 "잠재적 침략 부대 전면에 지뢰를 매설하진 않기 때문에 공격 의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실무적 관점에서 북한군은 정전협정으로 지정된 MDL 북쪽에 완충 공간을 추가하면서 국경을 실질적으로 획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무단 월경의 위험을 줄여준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같은 북한의 요새화는 국내 정치권에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쟁거리가 된다고 판단했다. 보잭 전 부비서장은 '북한의 국경 요새화는 현장에선 실질적 안정을 뒷받침하지만, 고위 정치권에선 마찰을 야기한다"라며 "한국이 수용하지 않은 '적대적 두 국가' 패러다임을 물리적으로 시각화할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미 유엔사의 기조에 대해 자신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동맹 관리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