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잠수정은 군함인가"…軍, 무인체계 시대 앞두고 법적 지위 검토
현행 해양법은 '유인 선박' 전제로 제정돼 한계 뚜렷
방사청, 법 제정 포함 제도 정립 연구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군이 미래 해양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떠오르는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 등의 법적 지위 정립에 나선다. 유인 함정을 전제로 만들어진 관련 법체계를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전력이 활약하는 미래 전장 환경에 맞게 정비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7일 군 당국에 따르면 최근 방위사업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해양무인체계 획득 및 운용을 위한 제도 정립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해양무인체계는 사람이 직접 탑승하지 않고 자율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체계로, 해양 전장의 전황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으로 대표되는 이 체계는 감시·정찰과 도발 징후 탐지, 초계 활동, 적 함정 추적, 기뢰 탐색 및 제거, 항만 봉쇄, 대함 공격 등 기존 군함이 수행하던 다양한 임무를 맡을 수 있다.
특히 해양무인체계는 적 해역이나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투입돼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승조원의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수상정이 흑해에서 함정을 공격하는 데 활용되는 등 주요국 해군들은 무인함정 전력화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방사청은 현재의 법과 제도가 이런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 해사안전법, 선박안전법 등 국내외 해양 규범은 대부분 사람이 탑승한 선박을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UNCLOS는 군함을 '국가 군대에 소속되고 해당 국가 장교의 지휘를 받으며 승무원이 군 기강에 따라 운용하는 선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인함정처럼 승조원이 없는 체계를 기존 군함 개념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COLREG는 모든 선박이 적절한 경계(look-out)를 유지하고 충돌 위험을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사람이 직접 항해하는 선박을 상정한 개념이다. 자율항법체계가 이러한 의무를 어떻게 이행하는지에 대한 국제적 기준은 아직 정립 과정에 있다.
국내 법령의 경우 해사안전법은 선장과 항해사 등 승무원의 안전 의무를 중심으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선박안전법도 선박 검사와 운항 기준을 사람의 승선 및 운용을 전제로 설계됐다. 무인수상정이나 무인잠수정은 어떤 선박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 과정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방사청은 무인 함정이 공해상에서 충돌 사고를 일으키거나 타국 영해에 진입했을 경우 어떤 법적 책임을 적용할 것인지, 군사작전을 수행할 때 군함과 동일한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방사청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자율운항선박 논의 동향과 미국 등 주요국 사례를 분석해 국내 실정에 맞는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단순한 법령 해석을 넘어 해양무인체계 운용을 위한 별도 단일법 제정 여부와 법률·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훈령 정비 방안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 군이 추진 중인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국방부는 2040년까지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중심으로 한 '병력 절감형 군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병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과 무인항공기, 무인수상정, 무인잠수정 등 첨단 무인전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군 안팎에서는 앞으로 무인 함정이 해군 전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연구가 미래 해양 전장의 기본 규칙을 마련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해양무인체계 운용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기술 발전과 전력화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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