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문제 '출구' 앞둔 트럼프, 대북 대화에 다시 관심…갈 길은 멀다

이란과 종전 협상 타결 앞두고 8년 전에 김정은과 찍은 사진 SNS에 올려
'이란 다음은 북한' 메시지 의도…北은 높은 대화 문턱 고수

트럼프 트루스소셜 캡처. 2026.06.13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다음은 북한'과 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8년 전과 크게 달라진 정세와 북한의 외교 기조로 인해 실제 북미 대화 성사까지 갈 길은 멀고 험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 소셜'에 김 총비서와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때 사진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밝은 표정으로 산책하며 찍힌 사진이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 타결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김 총비서와의 사진을 올린 것은 이란과의 전쟁이 끝난 다음 북한과 외교를 시도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연이어 북한에 손짓…응답 없는 북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집권을 앞두고 김 총비서와 자신의 '개인적 관계'를 부각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재개에 나름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월 공식 취임일엔 "북한이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리조트) 건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라며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큰 경제적 보상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이는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 당시 제시했던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라는 구상을 다시 꺼내든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했을 당시에도 김 총비서를 향해 공개적으로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지난 4월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밝히는 등 북한을 향한 대화 신호를 꾸준히 보내왔다.

하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구애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개 담화나 관영매체 논평은 물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비공식 소통 창구인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해서도 의미 있는 접촉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중동 전쟁에서 미국의 '한계'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계속 '버티기'를 하면서 (북미 협상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끌어가려 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늘 협상의 우위를 잡으려고 하고 있기에 북미 간 협상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핵보유 인정하면 대화 가능"…계속 대화 문턱 높이는 北

북한은 미국의 관심에 답을 하지 않으며 계속 대화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열렸던 방식의 비핵화 협상은 불가능하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월 9차 노동당 대회에서 "미국이 우리 국가의 현 지위(핵보유국)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언급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새로 건설한 핵물질 생산 공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그러나 이는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 온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사실상 폐기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한미 모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북한은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으면서도, 협상의 출발선을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국 지위 인정'으로 옮기며 대화의 문턱을 높인 셈이다.

북한은 최근에도 외무성 담화 등을 통해 미국과 한국, 유럽연합(EU)의 '북한 비핵화' 입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라는 국제사회의 입장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들의 핵보유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 아예 언급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미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중국조차도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며 "북한도 즉각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보다 인도, 파키스탄의 사례처럼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과거보다 미국과의 협상에 매달릴 필요성이 줄어든 점도 변수다. 2018년 첫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국제 제재로 인한 경제적 압박 해제를 핵과 교환한다는 구상을 세웠지만, 현재는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복원하는 흐름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협상만이 유일한 돌파구가 아닌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북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 중국 역시 공식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북중 정상회담 이후 관계 안정과 전략적 소통 강화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중장기적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대화 재개의 걸림돌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의 정권 교체와 정책 변동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임기 말 성과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북한은 보다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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