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게 지연 끝에 돌기 시작한 '핵잠 시계'…한미 '정례화' 물꼬
첫발 내딘 한미 '핵잠·재처리' 실무협의 종료…이르면 내달 2차 회의
시종일관 '로키' 비확산 강조 美 행보에도…'타임라인' 논의 등 성과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한미 양국이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 또는 조정을 위한 첫 실무협의를 마무리하면서 반년 넘게 멈춰 있던 '핵잠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양국은 지난 2일 박윤주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주재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합의 사안을 이행하기 위한 실무협의 발족을 선언하는 모두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관하는 범정부 대표단은 실무 협의를 통해 2일엔 '핵잠', 3일엔 '한미 원자력 협정'을 집중 논의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협의 시 양측은 가능한 한 조속히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며 "연중 성과를 점검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향후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 자체가 곧바로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는 단계는 아니지만, 양국이 후속 논의를 이르면 내달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하기로 하는 등 정상 간 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위한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미 양국이 핵잠·원자력 협력의 '큰 그림'을 처음으로 공식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지난달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개발 사업인 '장보고 N 프로젝트'를 공식화하며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실전 배치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핵잠은 한국에서 건조하되 핵연료는 미국으로부터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아울러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하고 있어 군함 추진용 원자로를 탑재하는 핵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별도의 협정 체결이 필요하다. 외교가에서는 구체적인 의견이 오가는 등 원자력 협력 협상의 '출발선'이 마련됐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실무협의가 출범하기까지 부침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조인트 팩트시트가 공개된 뒤, 당초 올 1월에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차일피일 밀려 6월에서야 열리게 됐다.
그 사이 한미 양국 사이엔 이른바 '동맹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특유의 '동맹의 기여' 강조와 '거래적 외교' 접근법으로 미국 대표단의 방한이 속도를 내질 못한 것이다.
여기에 '쿠팡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미국 조야에서 불만이 제기되면서 한미 간 실무협의 분위기 조성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란 전쟁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은 저농축우라늄(LEU) 핵잠 연료를 미국으로부터 조달하는 방안을 현재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의 고농축우라늄(HEU) 확보를 저지하기 위해 외교·군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한국이 LEU이긴 해도 강경한 비확산 정책을 펼쳐온 상황에서 '한국에만 예외 인정'이라는 국제사회의 불필요한 오해를 살 가능성도 있었다.
이번에 미국 측 대표단은 언론에 노출을 꺼리며 극도로 '로키' 행보를 보였는데, 이러한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으면서 정상 간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실질적 절차가 가동된 것은 한국 입장에선 늦었지만 성과라고 볼 여지가 있다.
특히 이번 협의에서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타임라인'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이르면 내달 워싱턴D.C에서 만나기로 한 것은 협의 '불씨'가 지속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구체 일자에 대해선 외교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몇 개의 날짜를 두고 한미가 상호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2차, 3차 협의를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실상의 '정례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협의에 앞서 경험한 관세, 쿠팡 사태 등 한미 간 불협화음이 협의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재발하지 않게 정기적으로 회의를 여는 데 이번 1차 회의에서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정부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에 최대한의 추가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핵잠 보다는 원자력 협정 개정 또는 조정이 '장기 레이스'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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