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안보협력도 실용외교 필요…EU식 모델 주목"

유럽 SDP, 파트너십 기반해 정례 협의체·양자 대화 기회 마련
한일관계, 정치·역사 현안 영향 많이 받아…협력 중단 막을 '마지노선' 있어야

안규백 국방부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대신.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역사, 정치 문제 등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 사안에 따라 제한적으로 추진됐던 한국과 일본의 안보 협력이 지속성을 갖고 실리를 추구하려면 정치 문제와 외교·안보 협력을 분리해 추진하는 유럽연합(EU)의 '안보 국방 파트너십'(SDP)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4일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한일 안보협력의 제도화 방안: SDP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안보 협력은 양국 합의에 따른 상설화된 제도를 통해 운영되기보단, 공동 군사 훈련 등 사안이 발생하면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록 최근에 국장급 협의체인 한일 안보정책협의회가 차관급으로 격상되고, 공동수색훈련(SAREX) 재개 등이 논의되는 등 실무적 접점이 넓어지고는 있지만 과거처럼 역사·정치적 변수로 협력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에 따라 한국이 한일군사정보협정(GSOMIA) 종료를 통보하거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독도 비행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일본이 사전에 합의한 중간 급유를 거부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조 연구원은 이에 대해 한일국방회담 등에서 언급된 정치적 선언과 부대 교류, 훈련, 함정 방문 등 실무적 합의를 통합하는 중간 수준의 제도 장치가 부재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양국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국가들이 파트너국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 'SDP'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SDP는 법적 구속력이 높고 유지비용이 상당한 '동맹'을 대신해 특정 국가들이 사이버, 해양, 위기관리 등 의제별로 맞춤형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법적 구속력을 가지진 않지만, 파트너십 이행을 위해 고위급 연례회의 개최 등 양자 대화의 횟수와 수준을 설정하도록 해 양국 간 협의가 외부 리스크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될 명분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조 연구원은 이같은 사례를 참조, 한일 양국도 사이버·우주 안보, 공급망, 신기술, 해양안보, 방위산업 등 상호 이익이 큰 분야에 대한 정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 정치 현안과 안보 의제를 구분하는 '분리형 협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원은 "한일 SDP는 1998년 공동선언의 큰 틀을 계승하되 지난해 8월 한일정상회담에서 합의된 5개 분야 중 안보 분야의 협력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방안이 된다"라며 "안보정책협의회는 차관급으로 정례화하고, 분야별 실무그룹을 설치해 양자·다자 훈련이나 정보 공유는 추가로 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뢰를 기반한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한두 차례의 이벤트성 협의보단 보다 단축된 시간의 정례화된 협의를 여러 번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일 안보 협력도 지금처럼 미국의 조정에 주도권을 맡기기보단 한일 양국이 상호 주도해 미국의 관여를 확보하는 식의 방식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