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韓서 건조·연료 美서 수입' 청사진 그려도…각론은 '장기전'
美서 연료 도입해도…'핵무기 우려' 불식 등 관리 외교 병행 필요
IAEA와 별도 약정 체결도 변수…'오커스' 호주도 4년째 협의 중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한미 범정부 대표단이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첫 킥오프(발족) 회의를 열고 후속 협의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국내 건조·미국 핵연료 공급 방안을 협상의 기본 틀로 미국과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보 및 '핵무기 보유' 우려를 불식하는 국제사회의 설득 등 세부 과제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로 꼽힌다.
한미 범정부 대표단은 2일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이행을 위한 회의를 열고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외교부는 국내서 선체 건조를 추진하되, 연료는 미국에서 들여오는 방식을 전제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양국 대표단은 오늘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 현안을 추가로 논의한 뒤 회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그해 11월 조인트 팩트시트가 발표된 지 약 반년 만에 처음 성사된 것이다. 한국의 '장보고 N 프로젝트', 미국의 핵연료 조달 방안 등에 대해 양측이 직접 의견을 교환하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실무 협의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문제를 비롯해 국제 사회의 핵확산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지, 핵잠 운용 과정에서 필요한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을 어떻게 확보할지 등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이들 사안은 중장기적인 외교 협상과 미국 조야를 상대로 한 설득을 수반하는 만큼 실제 성과 도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핵잠을 운용하기 위해선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이용이 가능해져야 하며, 핵연료 교체 주기에 대비한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도 병행돼야 한다. 2035년까지 적용되는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은 사안별로 농축·재처리 등 단계별로 미국의 동의를 받도록 하지만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핵물질에 국한돼, 군사적 목적의 핵연료 활용은 별도 협정 체결이 필요하다.
협상 과정에서 연료 공급 방식과 관리 체계를 둘러싼 한미 간 견해차가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핵 비확산 기조에 따라 타국의 군사적 목적 핵물질 이용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어 관련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핵잠 도입을 추진 중인 호주에 대해 연료 교체가 필요 없는 고농축우라늄(HEU) 기반 잠수함을 지원하면서도 밀봉형 원자로를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핵연료 주기 전반을 미국이 관리하는 구조로, 호주는 원자로 내부 연료에 직접 접근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원자로를 탑재하고 미국으로부터 저농축우라늄(LEU) 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연료를 공급하더라도 실제 운용 과정에서는 한국이 원자로를 관리하는 만큼, 양국 간 세부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농축우라늄은 일정 주기마다 연료를 교체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 원료로 활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국제 사회가 민감하게 바라보는 대목이다.
외교가에서는 비확산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연료 주기 관리 필요성을 미국 측에 설득하는 작업이 향후 협상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논의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와 맞물려 장기 과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내 포괄적안전조치협정(CSA) 14조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핵잠에 사용되는 핵물질은 군사적 목적에 활용되는 특성상 일반 원전과 같은 방식의 상시 사찰이 어렵다.
이에 CSA 14조는 군함 추진용 핵물질은 일시적으로 사찰 대상에서 제외하고, 도입국이 무기로 전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할 별도 약정을 IAEA와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차원에서 핵잠을 도입하기로 한 호주도 CSA 규정에 따라 14조 약정에 대한 협의를 지난 4년간 이어왔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핵물질의 은닉이나 전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반발이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호주의 핵잠 도입 과정에서도 CSA 14조 적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핵확산 위험을 막기 어렵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지난 4월 한국의 핵잠 도입 논의와 관련해 핵물질이 잠수함 내에서 은닉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는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 과정에서는 비확산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검증 체계 마련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핵잠 도입 과정에서 미국의 기술 지원이 필요한 경우 거쳐야 하는 미 국무부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도 향후 협상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한국은 핵무장과 분명히 선을 긋고, 핵잠 도입 목적은 북한 SLBM 대응이나 한미 연합방위력 강화 등에 있다는 전략 논리를 일관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며 "핵잠 도입이 역내 역할 분담에 도움을 주고, 이와 동시에 한국은 비확산 체제를 명확히 준수하겠다는 신뢰를 확실히 보장해야 향후 협상력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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