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터지고, 터지면 대형사고…로켓 고체연료 폭발 왜 잦나
2018·2019·2026년 모두 고체연료 추진체 작업 중 사고…8년 새 13명 숨져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 또다시 고체연료 엔진 관련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로켓 추진체 생산 공정의 구조적 위험성과 안전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고는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한화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대형 인명사고다.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9분께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가운데 1명도 전신화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고체 추진체(고체연료) 관련 장비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사업장에서는 지난 2018년 5월 로켓 추진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폭발이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숨졌다. 이어 2019년 2월에는 로켓 추진체에서 연료를 제거하는 '이형공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했다. 같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연료 및 추진체 관련 폭발 사고로 모두 13명이 숨진 셈이다.
사고가 발생한 공정은 서로 달랐지만 공통점도 뚜렷하다. 2018년에는 고체연료 충전 과정, 2019년에는 고체연료 제거 과정, 이번에는 고체연료 주입 후 사용된 장비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모두 고체연료와 관련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큰 사고를 겪고도 로켓 추진체 생산 공정 전반의 위험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 미국에서도 로켓용 고체연료 생산·정비 공정 중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1987년 모턴 티오콜의 공장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고체연료 공정 중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숨졌고, 2003년 프랫앤휘트니 우주추진시설에서도 고체연료 혼합시설 보수 작업 중 폭발로 1명이 사망했다.
특히 2003년 사고 당시 시설 내부에는 연료가 없었지만, 조사 과정에서 설비에 잔류 연료가 묻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어,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고와 유사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체연료는 미사일과 로켓의 핵심 동력원인데, 외형상 고체지만 점성과 접착력이 매우 강한 화약 성분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연료를 용기에 충전한 뒤에도 배관과 밸브, 용기, 공구 등에 잔류 물질이 남게 되고, 이를 세척하기 위한 별도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방산업계에서는 연료 충전과 제거, 세척 등 전 과정이 화재와 폭발 위험을 수반하는 고위험 공정으로 분류된다. 잔류 추진체나 미세 입자, 정전기, 스파크 등 작은 요인도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전사업장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추진체 생산시설을 한화가 1987년 인수해 운영해 온 곳이다. 현재도 미사일과 로켓 추진기관을 개발·생산하는 국가 핵심 보안시설로 꼽힌다.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인 L-SAM과 천무 다연장로켓 등에 사용되는 추진체 생산 및 연료 혼화·충전 공정도 이곳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력과 직결되는 고도화한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곳인 만큼 높은 보안이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앞선 두 번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안전점검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반복되는 사고가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평화연대위원회와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단일 사업장에서 불과 8년 동안 13명의 노동자가 희생됐다"며 "반복되는 참사는 명백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9년 사고 이후 실시된 특별근로감독에서는 486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으며,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과정에서는 정전기 방지 설비 미흡 등 안전관리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향후 경찰과 소방당국, 고용노동부 조사는 폭발 원인 규명과 함께 작업 절차 준수 여부, 위험물 관리 체계, 안전설비 운영 상태, 비상대응 매뉴얼 작동 여부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한화그룹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소중한 직원 다섯 분이 숨져 비통하고 안타깝다"라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런 참담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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