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잠·원자력 협의' 쟁점은 美의 핵연료 지원…'통제 장치'가 관건
핵연료 지원 위한 한미 새 협정 체결 논의가 핵심
원자력 협정 개정도 난제…"속도보다 임기 내 틀 마련 필요"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미 양국이 2일부터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력 확대 등 한미 정상 간 안보 분야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첫 실무협의에 돌입한다.
정부가 최근 핵잠 도입 사업인 '장보고 N프로젝트'를 공식화하며 2030년대 중반에 첫 핵잠을 건조한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뒤 본격화하는 한미의 협의에선 미국의 핵연료 지원 문제를 비롯해 비확산 통제 체계 구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을 비롯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에너지부, 국방부(전쟁부) 관계자로 구성된 미국 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방한해 실무협의를 준비할 예정이다.
이들은 2~3일 서울에서 정부의 범정부 대표단과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안보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첫 실무협의를 진행한다.
정부는 최근 장보고 N프로젝트를 발표하며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실전 배치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핵잠을 한국에서 건조하며 핵연료엔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정부는 이같은 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한미 간 물밑 소통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핵잠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에 대해 미국도 공감대가 있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통째로 봉인된 원자로를 받아 그대로 핵잠에 설치하는 방안과, 저농축우라늄을 공급받아 한국형 원자로에 이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기본계획에 원자로를 한국 기술로 개발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만큼, 후자를 확정안으로 상정해 앞으로 미국과 핵연료 공급을 위한 협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심사는 한국에 제공할 핵연료가 '무기용'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는 새로운 협정을 체결할 예정인데, 이 협정에 담을 미국의 '통제 방안'을 어떤 강도로 마련하느냐를 두고 한미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미국은 그간 핵연료와 핵기술 이전 문제에 있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왔다. 이 사안에 가장 민감한 에너지부를 중심으로 핵연료 반출 및 한국 반입 과정과 원자로 개발 절차에서 투명한 관리 방안 및 향후 전용을 막기 위한 검증 및 사찰 방안도 협정에 담길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핵잠 건조 장소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주목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의 한화필리조선소를 핵잠 건조 장소로 지목한 바 있는데, 그 이후 물밑 소통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이 아직 한국형 핵잠의 '미국 내 건조' 의지를 버리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핵잠을 국내에서 건조하면 4만여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긍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 간 이번 실무협의에서 핵잠 건조 장소가 큰 쟁점이 된다면 협의 자체가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가 실무협의에서 핵잠 문제와 함께 다룰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는 핵잠 협력보다 더 복잡한 문제로 꼽히기도 한다.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의 경우, 핵물질과 관련 기술은 '평화적 이용'에만 국한된다. 또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해선 사안별로 미국의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한다. 정부는 핵잠 도입과는 별도 트랙으로 민수용 핵연료 사용 권한을 규정한 원자력 협정은 일본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2035년까지 유효한 현행 원자력 협정은 미국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의 저농도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 있다. 한국은 미국의 사전 동의 없이도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 자율적인 '핵연료 주기 활동'이 가능하도록 협정 개정을 원해왔다.
이는 일본의 권한과 비슷한 것으로, 일본은 이른바 '포괄적 승인'을 통해 특정 원자력 운용 시설과 범위를 미국과 협의한 뒤 이 범위 내에서 미국의 개별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핵연료 주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무기에도 사용이 가능한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이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 협상에 성패는 한미 간 '신뢰'에 달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핵잠 협상 과정에서 '핵 비확산' 기조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부각해 이를 바탕으로 원자력 협정 개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동 전쟁 이후 핵물질 관리와 비확산 문제가 다시 미국 조야 및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이 시점에 한국에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까지 부여하는 문제는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이번 협의는 단기간 성과보단 '트럼프 임기 내 틀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향후 협의가 뒤집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먼저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영국·호주의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 내에서 수립된 호주의 핵잠 확보 계획 역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진 뒤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는 점에서다.
박 교수는 "실무협의체가 정례화하고 관련 법·제도 정비를 위한 공식 절차가 가동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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