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열리는 한미 핵잠 협의…쟁점은 美의 '핵연료 지원' 구조 설계

핵연료 '군사적 활용' 위한 협정 체결 문안 '줄다리기' 예상
'핵 비확산' 가치 고수 설득 위한 IAEA와의 빠른 협의도 중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0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미가 6월 서울에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첫 범정부 실무협의에 착수한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와, 11월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도출 후 7개월여 만에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외교부는 29일 한미 양국이 6월 2~3일 서울에서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 등 팩트시트의 안보 분야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킥오프(발족)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우리 측에서는 외교부·국방부·국가안보실·과기정통부·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의 관계자가 참여한 범정부 대표단이, 미국 측에서는 국무부·에너지부·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범정부 대표단이 협의에 임한다.

한미 간 핵심 쟁점은 핵잠에 사용할 핵연료 지원과 관련한 새 협정 체결일 것으로 보인다. 핵연료는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군사적 목적으로 핵연료를 사용하려면 한미 간 새로운 협정 체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부 내용이 담길 협정의 문안을 두고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美의 핵연료 지원 위한 제도 마련 필요…공급·통제 구조 확립 논의 예상

외교가에서는 이번 협상의 핵심이 한국의 핵연료 확보 문제와 통제 체계 확립에 있다고 본다. 정부가 지난 26일 한국형 핵잠 기본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일각에서는 핵잠의 한국 건조 및 '엔진'에 해당하는 소형 원자로 개발을 한국의 기술로 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미국이 이견을 제기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기본계획 발표에 앞서 미국 측과의 적절한 소통이 있었다고 거듭 밝힌 바 있어, 기본계획에 담긴 정부의 구상에 대한 미국의 '중대한 이견'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원자로에 들어갈 저농축우라늄(LEU) 확보는 미국과의 면밀한 협의가 불가피하다.

현재 한국이 민간 원자로에서 사용 중인 저농축우라늄은 농축률이 5% 미만으로, 핵잠에 사용하기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상정한 저농축우라늄은 프랑스의 핵잠에서 사용하는 6% 수준의 저농축우라늄이나, 출력을 높이기 위해 밀도를 높인 19% 이상~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인 것으로 알려졌다.

6% 수준의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면 10년 정도의 주기로 핵연료 교체가 필요한데, 19%~20% 수준의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면 재래식 핵잠의 운용 기한이 끝날 때까지 연료 교체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신 19%~20% 수준의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한 핵잠용 원자로는 선진국에서도 관련 기술이 개발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우라늄의 농축도를 높일수록 '핵무기 전용'에 대한 우려도 더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미 간 협의에서 미국의 '의구심'을 지우기 위한 통제 구조를 적절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우라늄의 농축 수준과 사용 범위, 사후 관리 체계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을 어떻게 새 협정에 담을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한 민수용 협력 체계로, 농축·재처리 등 핵물질 취급에 엄격한 제한과 미국의 사전 동의 절차를 두고 있다.

하지만 핵잠은 군사 목적의 전략자산으로, 정부도 일단 도입한 이후에는 핵잠의 활동 내용이 외부에 최소한으로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때문에 한미 간 별도의 협정을 통해 미국은 핵물질의 전용을 통제하고, 한국은 핵잠은 전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기본 전제에서 양국의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의 쟁점은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라면, 핵잠은 미국의 저농축우라늄 공급 문제가 핵심"이라며 "이 공급 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설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핵 비확산' 어젠다 설득도 여전한 과제…IAEA와의 협력도 필수

협상의 또 다른 변수는 '핵 비확산'이라는 미국 조야 및 국제사회의 어젠다다. 미국의 경우 핵잠 도입에 적극적인 국방부(전쟁부)와 핵 비확산 가치를 중시하는 다른 행정부 간의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파악해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의 국무부·국방부 등 외교·안보 관련 부처는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전략 고도화 차원에서 동맹의 역할 확대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한국의 핵잠 도입에도 우호적이다. 반면 에너지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 비확산 담당 라인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한미 간 범정부 실무협의가 늦어진 이유가 '핵 비확산' 어젠다를 고수하는 미 행정부의 소위 '비확산 라인'의 목소리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에서 저농축우라늄 사용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준수, 비핵 원칙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핵잠 도입이 방어적이며, 한미동맹 강화에 있고 한국의 '핵무장'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분명히 하려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실제 정부는 한미 실무협의에 맞춰 IAEA와의 협의에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현재 핵확산금지조약(NPT)와 한-IAEA 전면안전조치협정(1975년 체결)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핵물질과 관련 시설을 IAEA에 신고하고 사찰 및 검증을 받아야 하는 '안전 조치 의무'가 있다.

하지만 핵물질을 핵무기 제조 이외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기간과 범위, 방법을 구체화해 IAEA가 요구하는 안전 조치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한 한-IAEA 간 별도의 약정 체결이 필요하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는 대신 핵잠 연료 공급을 안정적으로 보장받는 방안을 원할 것"이라며 이 부분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설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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