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피격 23일 만에 '이란 소행' 확인…이란의 '인정·사과'는 쉽지 않아

정부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 가능성 커…여러 증거가 이란 가리켜"
이란 대사 "가짜 깃발" 주장하며 부인…韓, 압박·관리 병행 불가피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HMM 나무호 피격 조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5.27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임여익 기자 =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HMM 나무호 피격' 사건 발생 23일 만에 '이란 측 세력의 소행'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다만 공격 주체와 고의성까지 최종 특정하진 못하면서 향후 한·이란 간 '외교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앞서 수거한 비행체 잔해와 불발 탄두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나무호를 공격한 무기가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나무호 피격 사건을 조사 중인 정부 합동태스크포스(TF) 단장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여러 증거가 이란을 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산 터보엔진과 이란 제조사 각인, 입수한 탄두, 발사체 기체 잔해물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정부는 발사 원점은 확인하지 못했고, 고의성에 대해서도 "파악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란의 경우 정부군 외에도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친이란 무장세력 등이 다양한 미사일 체계를 운용하고 있는데, 정부가 일정 수준의 '심증'은 확보했지만 발사 주체까지 특정할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합동조사단에 참여한 류윤상 해군제독은 이날 공격 주체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다면서도, 지휘관 경험을 전제로 "피해를 입히겠다는 의도를 가진 공격"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단순 오발이나 우발적 사고 가능성에는 사실상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류 제독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는 IRGC와 이란 해군이 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공격 주체의 범위를 좁히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정부는 이달 초 호르무즈 해협에서 'HMM 나무'호를 공격한 두 개의 '미상 비행체'가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의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7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외교부가 공개한 나무호 타격 비행체의 기체 모습.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27 ⓒ 뉴스1

하지만 정부가 공격 주체를 특정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당장 이란에 대한 '응분의 외교적 공세'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한국 선박 25척이 여전히 발이 묶여 있고, 중동 정세 안정 이후 에너지·통상 협력 등 고려해야 할 사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 발표를 토대로 이란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병행하면서, 이란의 자발적 협조를 유도하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박 차관은 이날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항의하고 강력한 규탄 메시지를 전달했다. 동시에 이란 측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도 요구했다. 여기서 책임 있는 조치는 이란 측의 자체 조사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며 "당신들도 찾아보고 조사에 필요하면 협조해달라는 얘기를 분명히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란이 이번 사건을 공식 인정하거나 사과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란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해역에서 발생한 각종 선박 공격 사건 때마다 직접 개입 의혹을 부인하거나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특히 IRGC나 친이란 세력의 활동과 관련해서도 정부 차원의 공식 책임 인정에는 거리를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사건 역시 시간을 끌며 상황 변화를 지켜보는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27일 HMM 선박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초치된 후 청사를 빠져나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HMM '나무'호를 공격한 '미상 비행체'는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의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라고 발표했다. 2026.5.27 ⓒ 뉴스1 김성진 기자

쿠제치 대사는 이날 박 차관 면담 후 외교부 청사를 나오며 취재진과 만나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적대국들의 '가짜 깃발' 작전"이라며 "이란은 이 문제를 전면 부인하며 절대로 개입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가짜 깃발' 작전은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적대국이나 제3국의 공격·테러로 위장하는 전술을 뜻한다. 이란이 향후에도 협조보다는 책임 부인과 시간 끌기 전략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