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한국형 핵잠…8000톤급·국산 원자로·저농축 연료
美 버지니아급 규모로 '대형' 분류…'해군력 강화' 북한에 맞대응
韓, 대형 잠수함 건조·국산 원자로 설계 역량 충분…6월 중순 한미 협의 개시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 프로젝트 '장보고 N사업'이 베일을 벗으면서 구체적 제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5000톤급 배수량의 핵잠 건조를 고려했으나, 북한이 한국의 핵잠을 의식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8000톤급 이상의 전략핵잠수함(SSBN) 건조를 추진하고, 5000톤급의 신형 구축함 건조에 속도를 내며 '동해 함대' 구축에 속도를 내는 점 등을 감안해 한국형 핵잠의 크기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정부는 핵잠의 엔진인 원자로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을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26일 '장보고 N사업'의 청사진을 밝히면서 △우라늄 농축도 20% 미만의 핵연료 △한국의 원자로 설계·조선 기술 사용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작전 배치 등 세부 조건을 제시했다. 핵잠의 배수량 및 건조 대수는 작전상 보안이나 향후 미국과의 협의 등을 고려해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급변하는 정세와 한반도 작전 환경 등을 고려하면 핵잠의 배수량은 7000~8000톤 수준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앞서 강동길 전 해군참모총장이 지난해 10월 한국형 핵잠은 5000톤급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배수량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에 버금가는 6000톤급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바 있는데, 이때보다 더욱 늘어난 셈이다.
7000~8000톤급 규모는 미 해군의 주공격용 핵잠인 버지니아급(7800톤급)과 유사하다. 버지니아급은 탄도미사일용 12개의 수직발사관과 40여 기의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는데, 한국 역시 이 정도 규모의 무장과 기뢰·어뢰 등을 장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방침에는 해군력 강화에 속도를 높이는 북한의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023년 핵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재래식잠수함인 '전술핵공격잠수함'을 진수했으며, 지난해 12월엔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발사가 가능한 8700톤급 '핵동력(핵추진) 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현장을 공개한 바 있다.
현장을 시찰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한국의 핵잠 도입은)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불안정을 더욱 야기할 것이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해상 주권을 엄중히 침해하는 공격적인 행위로 간주한다"라며 핵무장에 더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우리 군의 첫 핵잠이 10년여 뒤에나 진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수량이 작은 핵잠을 건조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핵추진잠수함(해군본부 362) 사업단장을 지낸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규모가 커지면 무장 가능한 무기체계도 다양해지고 탄두 크기도 늘릴 수 있는 등 공격력이 향상된다"라고 짚었다.
정부는 한국형 핵잠 1호를 2030년대 중반까지 진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핵연료를 제외한 개발·건조 전 과정을 국내에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핵잠 건조의 주요 과정을 한국이 주도해 온전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미 조선소의 노후화로 핵잠수함 도입이 지연된 호주의 사례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료의 경우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겠다고 강조하며 국제사회에서 제기됐던 핵무장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저농축우라늄으로는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잠수함의 '엔진' 역할을 하는 원자로 역시 국내 기술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군 안팎에서는 저소음·저진동 기술과 국내외 원전 건설 경험을 통해 축적한 소형 원자로 설계·운용 능력, 기존 디젤 잠수함 건조 기술 등을 결합하면 핵잠수함용 원자로를 단기간 내 자체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시설 확충도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조선소의 잠수함 건조 시설은 도산안창호함(3000톤급)과 장영실함(3600톤급) 규모에 맞춰져 있어, 그보다 큰 핵잠수함을 건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방사선 차폐 시설 등 안전 설비 확충도 추가로 필요하다. 다만 군 안팎에서는 핵잠 개발·건조 사업이 오랜 기간 비공개(비닉사업)로 추진돼 온 만큼, 시설 문제 역시 비교적 빠르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시설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 체계적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지역사회와 지속해서 소통해 신뢰를 확보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한미 간 실무회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수도 여전하다. 군 당국은 지난 12~14일 개최된 한미 국방장관회담과 통합국방협의체(KIDD)를 통해 핵잠이 양국 안보 이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는 점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군수용 핵연료 도입 등과 관련해선 미 에너지부와 국무부 등 관계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다.
한미는 핵잠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간 실무협의의 첫 회의를 6월 중순에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부 차관이 이끄는 미국 측 범정부 대표단과 우리 정부는 핵잠 건조와 우라늄 농축,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등 안보 현안 전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 규모가 최대 약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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