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 방사청장 "캐나다 해군은 우리 잠수함 좋아해…관건은 산업 협력"

[뉴스1 초대석]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하면 방산 '수주액' 기준 세계 4위 진입
"이제는 정화수 떠 놓고 빌 시간…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내 방위사업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박정호 기자

(과천=뉴스1) 대담=서재준 외교안보부장 허고운 김예원 기자

"이제 정화수 떠 놓고 빌어야죠."

다음 달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캐나다로 출국하기 직전에 만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한국의 수주 가능성을 묻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간의 사업 수주 준비를 설명하는 이어진 말들은 농담이 아니었다. 초대형 수주전을 둘러싼 절박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발주하는 캐나다의 이번 사업비 규모는 K-방산 단일사업 역대 최대이며, 후속 군수지원까지 포함하면 약 60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까지 바라보는 사업이다. 한국의 한화오션(042660)·HD현대중공업(329180) '원팀'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 맞붙는 양상이다.

이 청장은 "사업이 성공할 경우 지난해 점유율 기준으로 달성한 방산 4강에 이어 수주액 기준까지 4강이 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상징성이 매우 클 뿐 아니라 우리 방산 전체에 대한 획기적인 이미지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긍정 효과도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24일(현지시간) 캐나다 빅토리아항에서 열리는 도산안창호함과 호위함 대전함의 입항 환영식 및 캐나다 해군과의 연합훈련에 나서는 출항식에 참석한다. 도산안창호함은 한국 독자 기술로 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으로, 한국 잠수함으로는 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해 캐나다에 도착했다.

이 청장은 "원칙적으로는 해군의 연합훈련을 위한 출항이기 때문에 (방사청이 아닌) 해군의 행사"라면서도 "이번에 굉장히 먼 거리를 항해하는 것 자체가 캐나다 해군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드는 것이고,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잠수함의 실질적 성능을 실전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것에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청장은 "독일의 경우 경쟁 기종 자체가 개발 중이라 형상만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 운용 중인 잠수함과의 질적인 차이가 두드러지게 부각되면 좋겠다"라며 "우리와 이런 행사를 같이해준 것 자체도 캐나다로선 큰 결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청장은 또 자신이 직접 캐나다를 찾는 이유에 대해 "해군참모총장이 세일즈맨처럼 나설 순 없지 않느냐"라며 "제가 가서 축사도 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캐나다 내부에 우호적인 여론이 생기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지난 21일 과천 방위사업청사에서 진행된 '뉴스1 초대석'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방산의 주요 현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 임명된 이 청장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나다 국방장관 만나 추가 관심사 확인해 대응할 것"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과 관련해 "캐나다 내부의 분위기가 한국에게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 뉴스1 박정호 기자

실제 캐나다 해군의 평가는 한국에 나쁘지 않다고 이 청장은 전했다. 도산안창호함은 지난 3월 진해군항에서 출발해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기착한 이후 캐나다 해군 잠수함 승조원 2명과 함께 캐나다로 이동하는 등 1만 4000㎞를 항해해 태평양을 횡단했다. 한국 잠수함 역량에 대한 캐나다 해군의 궁금증을 풀기 위한 적극적인 세일즈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청장은 "전부터 캐나다 해군은 우리 잠수함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해군 지휘부들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태도가 호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캐나다 방문 기간 오타와에서 '캐나다 방산전시회'(CANSEC)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그는 "공정성에 매우 민감한 제안서 평가 기간 중임을 감안해 양국 관계자와의 만남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CANSEC 행사에 참석 예정인 캐나다 국방장관과 대화를 통해 캐나다의 추가적인 관심사를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청장은 "기종 결정 과정에서 해군의 힘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생각할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캐나다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국방장관, 조달장관, 산업장관, 총리실 등 내각 전체가 두루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폭넓게 접촉해야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승부처는 산업 협력으로 꼽힌다. 잠수함 자체 성능이나 납기 경쟁력은 한국이 앞선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이라는 구조적 강점을 갖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캐나다가 이번 사업의 목표를 전반적인 산업 협력으로의 확장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파고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청장은 "우리가 노력해도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지정학적 불리함을 이겨내려면 캐나다가 중시하는 산업 협력 패키지, 특히 자동차 산업 협력 제안에서의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현대자동차(005380)그룹과 한화그룹과의 협력을 앞세워 캐나다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트레일러 계열사를 통해 캐나다 현지 딜러사와 수소전기트럭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캐나다의 자동차부품제조사협회와 기동무기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1월엔 관심 없던 수소 협력, '車산업 생태계 회복' 설득한 이후 달라졌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서는 '산업 협력 패키지'를 잘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2026.5.21 ⓒ 뉴스1 박정호 기자

이 청장은 "제가 지난 1월에 갔을 때만 해도 캐나다는 수소 이야기에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라며 "그러나 지속해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설명했고, 자동차 산업 생태계 회복이라는 점을 설득한 이후 요즘에는 조금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 입장에서는 대미 투자 부담도 크고, 캐나다에 투자하면 미국이 투자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다는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도 국가적 프로젝트라는 생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또 "(독일의) 폭스바겐은 캐나다 배터리 사업을 철회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더 많은 산업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라며 "캐나다 고위층에서도 이런 노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현지 기사가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이 청장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판세에 대해 "출발 지점에선 여러 여건이 많이 밀리는 분위기였다고 보는 게 맞지만, 최근 분위기는 우리에게 조금씩 나아지는 부분이 있다"라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치열한 호각세에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국 지금 단계에서는 제안서 외적인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라며 "주요 각료들을 만나면서 캐나다의 새로운 관심사를 확인하고, 산업 협력 수준을 간접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KDDX, 공정 경쟁이 더 나은 선택…뚜껑 열기 전에 알 길 없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등 방산 시장에서의 중요성은 '공정한 경쟁'에 있다고 강조했다. 2026.5.21 ⓒ 뉴스1 박정호 기자

이 청장은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에 대해선 "공정한 경쟁과 적기 전력화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논란과 전력화 지연이 이미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정 경쟁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KDDX 사업은 약 7조 8000억 원을 들여 2030년대까지 6000톤급 한국형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건조 사업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두고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당초 HD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해 12월 경쟁입찰로 사업 방식이 급선회했다. 이후 소송전까지 이어지면서 경쟁이 과열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청장은 "같은 장비를 놓고 경쟁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전부 아니면 전무'이기 때문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심정은 이해한다"라면서도 "문제는 경쟁이 깨끗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지난해 12월 충남 천안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군사 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곳(HD현대)에 수의계약을 주니 마니 하는 이상한 소리가 있다"라는 이재명 대통령 발언 이후 특정 업체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대통령의 발언은 부당한 방법으로 사업이 선택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원론적 우려 표현으로, 사업 방식을 결정하는 문제와는 별개였다"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도 한화일지 현대일지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길이 없고, 정부가 특정 업체를 선호해야 할 이유도 도무지 없다"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양산 과정에서 예산이 많이 늘어난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에 대해선 "국민적 자긍심을 훼손하지 않도록 최우선적인 예산 배정을 위해 예산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우리 공군 전력 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수출 가능성, 향후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축으로서 KF-21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라며 "KF-21의 성능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성능 개량 사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1960년 전북 순창 출생. 1978년 전주 신흥고, 1982년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사법시험(31회)에 합격해 1992년 사법연수원(21기)을 수료했다. 변호사로 일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 법무비서관에 이어 국무총리 소속 국방획득제도개선단장으로 일했으며, 2005년엔 방위사업청 개청준비단 부단장을 맡아 개청 이후 2006년 방위사업청 초대 차장으로 근무했다.

법무비서관 때 반부패 관련 업무를 맡는 등 강직하고 소신 있는 법조인으로 평가받는다. 동시에 방사청 개청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청의 역할, 조직 구조를 설계하는 등 법에 기반한 원칙 있는 조직 구조를 만드는 능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 만인 2025년 11월 제14대 방위사업청장에 취임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