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잠·원자력협정' 실무협의, 6월 중 첫 논의"

후커 美정무차관 방한 '킥오프'…대미 투자 연계 속 속도전 전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담긴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 및 원자력 협력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첫 실무협의가 6월 중 개최될 전망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2일 뉴스1에 "미국 측 실무 협상단이 6월 중으로 방한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등에 따르면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수주 내 관계부처 합동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해 한미 양자 실무그룹 출범을 위한 '킥오프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후커 차관과 박윤주 외교부 1차관 간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2025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도출된 합의 사항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양자 실무그룹을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 일정은 조율해야 하지만 미국 측이 '수주 내'라고 했고, 발족 계기에 후커 차관이 직접 오는 것은 그만큼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원자력 농축·재처리와 핵잠 문제와 관련해 미국도 부처 간 회의를 통해 준비하고 있고, 출범회의가 열리면 각 이슈별 담당 인사와 팀을 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범회의는 단순 상견례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충실하게 준비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핵잠·농축·재처리 '패키지 협상' 본격화…대미 투자 연계 구조

이번 실무협의는 지난해 10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 결과 발표된 공동설명자료 후속 조치 성격이다. 당시 양국은 미국의 법적 요건과 한미 원자력협정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형 핵잠 건조 협력과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협력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후 후속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미국 측이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문제 등을 이유로 안보 분야 협의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미국 내 원자력·군축·비확산 담당 라인도 이란 핵 협상과 중동 정세 대응 등에 집중하면서 일정 조율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핵잠 문제는 계속 잘 진척되고 있다"며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 양측 모두 여러 일정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핵잠과 원자력 협력이 단순 안보 현안을 넘어 대미 투자와 공급망 협력, 시장 접근 문제까지 결합된 '패키지 협상 구조' 속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들어 한미 간 협의는 다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통화에서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이행 문제를 논의했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약간 진전이 있다'고 밝히는 등 협의 재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美 '단일 실무그룹' vs 韓 'TF 분산'…협상 구조 차이도 변수

한미의 대응 체계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어 향후 협상 과정의 변수로 꼽힌다. 한국은 국가안보실 주도로 핵잠 태스크포스(TF)와 원자력협력 TF 등을 의제별로 분산 운영하는 반면, 미국은 국무부를 중심으로 핵잠·농축·재처리 문제를 하나의 단일 실무그룹으로 묶어 대응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핵잠과 원자력 협력을 단순 기술 협의가 아니라 대미 투자와 전략 기여, 비확산 문제까지 포함한 포괄적 협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이 핵잠과 원자력 협의를 별개 현안으로 접근하더라도 미국 측이 이를 투자·통상 문제와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의 단일 창구 구조에서는 특정 현안에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전체 협의 속도가 함께 늦춰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실제로 그간 한미 간 핵잠 협의가 대미 투자와 중동 정세, 미국 내 원자력·비확산 라인의 일정 문제 등과 맞물리며 지연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무협의 착수와 별개로 국내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군은 최근 합동참모본부에 핵잠 소요제기서를 제출했으며, 합참은 이달 중 합동참모회의를 열고 소요결정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달 말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발표를 추진 중이다.

군 안팎에서는 한미 협의와 별개로 국내 사업 절차를 먼저 밟아두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의 핵연료 협상 및 원자력 협력 문제가 진전될 경우 즉각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군과 정부가 사전 제도화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핵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군사용 원자력 안전규제 △방사성 물질 관리 △대미 핵연료 협상 절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응 등을 포함한 법적 기반 마련 작업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사실상 한국형 '군사용 원자력 체계'를 처음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작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핵잠 협의를 최대한 진전시켜 사업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핵잠 사업 특성상 일단 군 소요결정과 기본계획, 법·제도 정비까지 진행되면 차기 정부나 미국의 정권 교체 이후에도 사업 방향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 안팎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을 고려해 상반기와 하반기 초반까지 최대한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핵잠은 미국 측에서도 상당히 빨리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 의회에서도 상당 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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