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핵잠 도입 드디어 '출발선'에 섰다…11월까지 '속도전'
美 정무차관 곧 방한…핵잠 '킥오프 회의' 개최
트럼프 임기 내 '되돌릴 수 없는 수준' 합의가 목표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과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체 출범에 공식 착수했다. 지난해 10월 합의 이후 반년 넘게 답보 상태였던 핵잠 사업이 비로소 제대로 된 출발선에 섰다는 평가가 20일 나온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몇 주 안으로 관계 부처 합동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해 한미 양자 실무그룹 출범을 위한 '킥오프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도 19일(현지시간)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후커 차관이 워싱턴D.C에서 연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2025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때 도출된 합의사항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양자 실무그룹을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미국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과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핵잠 건조는 우리 군의 대표적인 숙원 사업이지만, 핵연료 확보와 비확산이라는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장벽 때문에 역대 정부마다 추진과 중단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한미 정상 간 합의로 처음 미국의 공식 승인을 받아내면서 사업이 궤도에 올랐고, 이번 실무협의체 출범으로 후속 이행 논의가 본격 단계에 진입하게 됐다.
특히 이번 협의는 단순한 상견례 수준을 넘어 핵연료 조달과 원자력 협정 조정 문제까지 포함한 실질 협상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그간 미국 측과 핵잠 협의 구조와 의제를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핵잠 협의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과, 중동 정세 악화, 대미 투자 문제 등 현안에 밀려 진전이 느린 상태였다. 미국 측 원자력·군축·비확산 담당 인사들은 이란과의 핵 협상에 집중하면서 핵잠 논의가 지연되기도 했다.
우리 군은 그 와중에도 실무협의 개시 직후부터 속도를 내기 위해 핵잠 도입을 위한 내부 절차를 꾸준히 준비해 왔다. 해군은 최근 합동참모본부에 핵잠 소요제기서를 제출했고, 합참은 이달 중 합동참모회의를 열고 소요결정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요제기는 신규 무기체계 도입을 위한 첫 공식 절차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달 말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발표를 추진 중이다. 기본계획에는 핵잠의 임무와 역할, 건조 일정, 연료 확보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핵잠 특별법 제정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원자로를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첫 사례에 맞춰 기존 방위사업법·원자력안전법만으로는 부족한 규제 체계를 정비하려는 차원이다. 군 안팎에서는 "한국형 군사용 원자력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는 올해 초 '안정적 핵잠 사업 추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연구' 용역을 추진하면서 △군사용 원자력 안전규제 체계 △방사성 물질 관리 △대미 핵연료 협상 절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응 등을 포함한 법적 기반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핵잠 협의를 최대한 진전시켜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약화하고, 핵잠 협상 추진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기 때문에 11월까지 속도를 '최대한으로' 낸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핵잠 문제는 계속 진척되고 있다"라며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미국 의회와 조야를 상대로 한 설득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와 별개로 새 협정 체결과 핵연료 이전 문제는 미국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핵잠이 핵무기 개발과 무관한 방어적 전략자산이라는 점과,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며 공화당·민주당 양당을 가리지 않는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월 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핵잠은 미국 측에서 상당히 빨리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미 의회에서도 상당 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를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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