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정세 속 '공동 위기 대응'에 한목소리…한일 '실용 셔틀외교' 안착

유례없는 '고향 셔틀외교'…과거사 부담 낮추고 신뢰 구축 방점
중동발 에너지 위기 심화에…'눈앞 리스크' 실질 대응에 힘 실어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경북 안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자리를 권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9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실용 셔틀외교'의 동력을 이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이 대통령의 고향 경북 안동 소재의 한 호텔에서 소인수 회담과 확대회담까지 105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과거사 문제를 전면에 부각하기보다는 공동 현안 대응에 초점을 맞추며 '나라·안동' 한일 정상의 고향을 상호 방문하는 이례적 셔틀외교의 긍정적 동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특히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중동 전쟁발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에너지 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음을 알렸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체결된 '액화천연가스(LNG) 수급협력 협약서'를 바탕으로 양국 간 LNG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원유 수급 및 비축과 관련한 정보 공유와 소통 채널 또한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비축 강화와 에너지 공급 강화, 원유·석유제품과 LNG 상호 융통, 스와프 거래 등을 설명하며 "일한 양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를 두 축으로 하는 일한 협력을 시작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공동으로 검토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산업통상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원유, 석유제품의 스와프와 상호공급과 관련된 민관 대화를 장려하기로 했다. LNG와 관련해선 지난 3월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에너지기업 JERA 간 '수급 협력'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한일 정상이 LNG 수급 협력과 원유 비축 관련 정보 공유 체계 강화에 의견을 모은 것은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제안보 공조 체계를 한층 촘촘하게 다지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예측 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격변하는 국제 무역 질서 등 한일 공동의 위기를 우선 타개하려는 데 있어 두 정상이 실질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경북 안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9 ⓒ 뉴스1 허경 기자
전례 없는 '고향 셔틀외교'…과거사는 '점진 접근', 에너지·안보 협력엔 속도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지난 1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 나라현 방문 계기 열린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회담으로 셔틀외교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분석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상호 고향 방문은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의 각별한 신뢰 관계와 긍정적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서울과 도쿄 중심이던 기존 외교 무대를 지방 도시로 확장하며, 양국 국민 간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려는 모습도 연출했다는 관측이다.

과거사 문제도 완전히 배제되진 않았다. 1942년 조선인 강제 노동자와 일본인 관리자들이 숨진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와 관련해 양국이 발굴된 유해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추진키로 한 것이 이번 회담에서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DNA 감정이 곧 시작된다며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인도주의적 사안부터 협력해 나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이번에도 가시적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 밝혔듯, 이견 없이 협력이 가능한 부분부터 과거사 사안을 점진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사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구축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라고 전했다. 이는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대화 복원 기조를 일본 측에도 분명히 하며 한일 간 대북 정책 공조의 접점을 넓히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이번에 한일,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재확인했는데, 이와 별개로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한중일 협력 활성화를 위한 민간 중심의 3국 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볼 것도 제안했다고 한다. 중일 갈등 속 우회적인 '중재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지금까지 한일 정상 간 구축된 신뢰 관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국내 정치 변수에 좌우되지 않고, 양국 국익에 부합하는 사안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이를 추진해 나가면서 관련 논의를 지속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