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호르무즈 해협서 '단계적 기여' 준비해야"…정찰·MRO 지원 거론

'외교의 시간' 끝나면 정찰 정보 공유·MRO 등 간접 지원 검토 우선
'단계적 기여' 3단계로 구분…파병할 경우 美 대이란 공세와 분리해야

오만 무산담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15일(현지시간) 선박들이 항해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선박 및 국민 안전 보호를 위한 '조건부 기여'를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HMM 나무호 피격 사건 공동 조사, 특사를 통한 대이란 협상 등 '외교의 시간'이 끝나면 단계별로 상선 호송 및 후방 지원 업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20일 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이 작성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과 한국의 대응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자국 화물선 HMM 나무호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피격당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인 지목을 받는 등 꾸준히 지원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은 이란과의 협상을 이어감과 동시에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다국적군 논의에 참여하는 등 다른 동맹국들처럼 우회적 기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다국적군 구성 논의, 휴전 협상, HMM 나무호 피격 및 미국-이란 군사 충돌 재개 등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권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한미 동맹 및 중동에서의 외교 관계, 산업·에너지, 국내 정치·법적 요인 등을 고려해 정세 변화에 맞는 조건부 기여 방식을 사전에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조건부 참여는 크게 △낮은 수준의 참여 △중간 수준의 참여 △높은 수준의 참여로 구분된다.

낮은 수준의 참여는 지금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대책으로, 이란과의 협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다국적 임무에 대한 국회 입법 절차 검토 및 장비·군수 지원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엔 미 국무부가 주관의 해양자유구상(MFC)의 외교·보험·정보 공유 트랙 참여, 위험 구역 운항 시 정부 보장 보험 확대, 중동 국가와의 천궁-Ⅱ 및 해궁의 추가 공급 협상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중간 수준의 참여는 휴전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유럽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임무가 정식 발족하는 시점에 고려할 수 있는 기여 방안이다. 권 연구위원은 청해부대가 작전 구역을 오만 공해까지 확대해 자국 선박 호송 작전 전개를 다국적군 임무와 동기화하거나, 한국군이 정찰 자산 및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등을 통해 후방 지원 작전을 전개하는 방안이 선택지로 고려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권 연구위원은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해군사령부(CMF)에서 대(對)해적·테러 업무를 맡는 연합해군기동부대(CTF)-150, 해상 안보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CTF-151 등을 간접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해상초계기(P-3CK)를 오만 또는 카타르 거점에서 운용해 정보를 연합군에 공유하거나 부산·진해·울산을 다국적군 군함 MRO 허브로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준의 참여는 종전 합의가 체결되고 파병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친 이후에야 검토 가능한 단계다. 이때는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보유한 정조대왕급(DDG-II), 해궁 및 첨단 레이더로 보강된 충무공이순신급(DDH-Ⅱ) 구축함이 영-프 주도 다국적 호송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이 경우 작전 범위를 오만만~호르무즈 입구로 한정해 미국의 대이란 공세 작전과 원칙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