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戰 휩쓴 '사이버·전자전'…"韓, '동맹전력 구축·외교 의제화' 필요"
美·이스라엘, 사이버전자전과 통신·방공 무력화에 프로파간다까지
"한미 연합연습, 민간 연계 필요…나토·日 등과 협력 의제로 올려야"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중동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사이버 및 전자전 기술을 동원해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재래식 화력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한국도 한미동맹 차원에서 사이버·전자전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이 문제를 외교 의제로 끌어올려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송태은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부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이란전의 사이버전·전자전의 전개 양상과 한국의 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송 교수는 "이란전은 전쟁 초반의 우세가 단순 화력보다 상대의 센서·통신·지휘망을 교란하고 파괴하는 사이버전과 전자전 역량으로 결정지어진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고, 현대전에서 사이버전과 전자전의 전초전 및 물리적 공격에 대한 지원 역할의 위상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례"라며 "한국에게 이란전의 직접적인 시사점은 사이버전과 전자전이 단순히 국방기술의 한 분야가 아니라 앞으로 국가안보 전략의 핵심 의제로 설정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GPS(위성항법시스템) 교란, 통신 방해, 드론·미사일 위협, 공급망 공격과 항만·공항제어기술 위협을 고려하면, 사이버전과 전자전은 군사적 위협일 뿐만 아니라 경제안보와 사회안보 문제로 확대된다"면서 "한국은 미국과 2024년부터 사이버 동맹 합동훈련을 하며 성과를 축적했으나 실제 전시의 복합적인 위협이나 실제 전자기 환경을 구현하는 데 제한이 있어 '동맹 연합 전력 구축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사이버전은 컴퓨터 네트워크, 디지털 인프라를 공격·방어·교란·통제하는 전쟁 방식으로, 현대전에서 지휘통제체계가 전자화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적의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파괴·정찰·교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상대국 위성, 통신망을 해킹해 탐지를 방해하거나 정보를 탈취하고, 악성코드를 심어 감시체계를 무력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전자전은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등 전자기파로 적의 전자공격에서 아군의 통신 및 무기체계를 보호하거나 적의 장비 사용을 방해·무력화하는 것을 말한다. 사이버전과 함께 개전 직전 또는 초기에 이뤄지는 선행작전의 한 유형으로, 전자파로 무전 통신을 방해하거나 유도무기, 드론 등을 교란해 요격 실패를 유도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송 교수는 "사이버전과 전자전은 서로 다른 영역의 작전이지만 현대전에서 상호보완적 전력"이라며 "전자전이 적의 탐지와 연결을 끊는다면, 사이버전은 네트워크 내부를 마비시키는 공격"이라고 정의했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서는 사이버전과 전자전이 그 자체로 위력을 발휘했지만, 선전전을 포함한 '인지전' 및 막강한 재래식 화력과 결합해 복합적인 피해를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습에 앞서 사이버 및 우주부대가 이란의 통신체계를 먼저 타격하고, △군 지휘통제망 교란 △방공 시스템 침투 △군 통신망 장애를 유도해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방공 대응 지시를 내리는 의사결정 시간을 지체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스라엘은 이란의 국영 방송 전파를 탈취(Hijacking·하이재킹)해 선전 메시지를 송출하기도 했고, 미국은 이란의 기도 애플리케이션 '바데사바 캘린더'를 해킹해 이란 정부 전복에 동참하라는 선전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송 교수는 이란이 우세한 전력으로 파괴력을 발휘하는 방식이 아닌 '비용 강요형' 전자전을 전개했다고 분석했다. 물리적 타격 없이도 상대방의 전력을 소모하는 방식의 전자전이 전개됐다는 뜻이다.
그는 "이란은 샤헤드 계열 드론, 순항·탄도미사일을 운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격 부담을 높이고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해역에서 상선, 군함에 GPS 교란 및 위치 기만 작전을 전개해 경제·심리적 효과를 거뒀다"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는 이란이 제한된 사이버·전자전 능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교란과 불확실성을 높여 전략적 비용을 누적시키는 효과를 거뒀다는 뜻"이라면서 "제한적인 수준에서의 비용 강요형 전술은 북한과 같은 국가도 전개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송 교수는 중동전쟁에서 확인된 사이버·전자전 상황을 교훈 삼아 한미동맹의 사이버 연합훈련 영역을 확대하고 공동작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사이버 훈련은 여전히 전력망, 금융망, 반도체 공장 등 민간 기반 시설과의 연계가 부족하고 군사 중심적 성격이 강해 향후 민관 연계 연합훈련, 산업 보안 훈련을 진행하는 한편, 공급망 방어 협정 체결 등도 필요하다"면서 "한미 훈련에서 자동화 경보 공유, 신속 공동 대응 권한 체계 등 실시간 공동작전 체계도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한미의 전자전 훈련은 실제 전자기 환경의 완전한 재현이 어렵고 민간 통신망을 연계한 위협 요소를 훈련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선 밀집 도시, 산악 지형이라는 특성에 북한의 GPS 교란, 군 지휘망 침투 등으로 유사시 초기 충돌 과정에서 사이버·전자전이 전개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인공지능(AI) 기반 위협 탐지, 민군 기반시설 공동 방어 체계 구축 등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송 교수는 한미 연합훈련 강화와 더불어, 사이버안보와 전자전 문제를 공급망 보호, 우주 안보, 국제 규범을 묶는 포괄적인 외교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는 2024년 '2+2' 공동성명에서 상위방호조약이 우주와 사이버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선언을 넘어 어느 수준의 사이버 공격과 전자기 공격을 공동 위협으로 간주할지, 공격 징후를 어느 단계에서 공동 경보로 전환할지 등 협력 의제를 구체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지난 1월 국방장관 회담에서 AI·무인체계와 안보 협력 강화를 논의한 만큼 이를 외교적으로 발전시켜 '민간 인프라 보호와 전장 인식 공유'를 새로운 안보협력 의제로 추구할 수 있다"면서 "이란전의 여파가 전장 밖 에너지·물류·선박 항법으로 확산한 만큼 우리 정부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중동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 역량 강화 외교에 해양안보·공급망 안정 등을 협력 의제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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