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KDDX 비밀 공개금지' 기각에 불복…재공고 열흘 사투

법원 "자료 회수 실익 없다"…HD현대重, 15일 즉시항고장 제출
상세설계 1차 유찰…HD현대重, 재차 불참시 사업은 한화오션으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HD 현대중공업 제공)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HD현대중공업(329180)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기본 설계 자료를 한화오션(042660)에 공개하지 말라며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이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냈다.

이달 15일까지였던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은 HD현대중공업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끝내 유찰됐다. 앞서 입찰 희망 기업 간 경쟁 과열로 2년가량 지연된 사업이 재차 늦춰질 위기에 처했다. 방사청은 빠른 재공고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17일 법조계와 업계 등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부장판사 김미경)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재판부는 이달 8일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 사건을 기각했다.

KDDX 사업은 약 7조 8000억 원을 들여 2030년대까지 6000톤급 한국형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건조 사업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두고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앞선 개념설계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맡았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배포한 제안요청서에 첨부된 기본설계 자료 항목 170건 중 12건이 영업기밀에 해당해 공개가 불가하다며 지난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진행 중 공개 불가 항목을 14개로 확대 지정했다. 해당 항목에는 노무단가, 장비 공급업체의 가격 및 기술 사양 등 영업기밀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은 용역계약 특수조건 표준 예규를 근거로 한화오션에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문제가 없고, HD현대중공업이 자료제공 금지를 표시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방사청이 지난 3월 26일 이미 한화오션에 자료를 제공했고, 이달 15일 다시 자료를 회수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 "현 단계에서 이 사건 자료의 공개·제공 금지나 회수를 명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인다"며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달 15일까지였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은 HD현대중공업이 참가하지 않고 한화오션만 제안서를 제출해 끝내 유찰됐다. 경쟁입찰 방식은 입찰자 간의 경쟁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유찰된다. 특히 입찰 대상으로 '지명'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유찰되는 방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입찰 참여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당초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이 1심 판단에 불복해 소송전을 이어가는 것은 한화오션이 제출한 제안서의 효력을 무력화하고 종국적으로는 '보안 감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임직원 9명의 KDDX 관련 기밀 유출 사건으로 지난해 11월까지 보안 감점 1.8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방사청은 지난해 내부 법리 재검토를 거쳐 HD현대중공업 관계자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 중 최종 판단이 나온 시점을 기준으로 감점을 적용할지 검토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보안 감점 적용 여부는 제안서 평가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최종 유죄 선고 사건(2023년)을 기준으로 하면 벌점 적용 기한은 오는 12월 6일까지(1.2점)로 늘어난다. 함정 사업은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보안 감점의 효력이 남아있는 것 자체가 HD현대중공업에는 불리한 요소다.

HD현대중공업의 입장에선 방사청을 상대로 진행하는 재판을 최대한 장기전으로 끌고 가 벌점 적용 기한이 지난 뒤 본격 입찰 경쟁에 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1심 재판 종료 이후 한화오션에 제공된 HD현대중공업 자료를 회수하고, 1차 제안서 제출 절차도 진행됐다.

현재로서 HD현대중공업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한화오션이 제출한 제안서 그 자체가 '기밀 유출 결과물'이란 법원 결정을 끌어내는 것이다. 법원의 2심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제안서 평가를 중단해달라는 요구도 잇따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KDDX 사업이 이미 장기간 지연된 상황에서 두 업체의 경쟁이 우리 군의 전력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상당하다.

방사청은 이르면 18일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을 재공고하고 열흘 동안 양측의 제안서를 받을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이 재공고에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사업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돼 한화오션이 가져간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