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2' 만났지만 韓 외교안보 영향은 제한적…정부, 중동 정세에 집중

트럼프·시진핑, 중동 문제 논의했지만…'나무호' 등 리스크 해소는 아직
한반도 의제도 원론적 수준…일각선 "비공개 논의 지켜봐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임여익 기자 = '빅 2' 정상의 담판 가능성이 제기됐던 미중 정상회담이 뚜렷한 '빅 딜' 없이 마무리되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15일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인 14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2시간 15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날도 차담회와 업무 오찬을 가지며 밀접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특정 현안에 대한 타결보다는 안정적인 미중관계를 이어가는 데 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공세적 언급 내놨지만…트럼프, 즉각 대응 없이 차분하게 회담 임해

시 주석은 전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중미관계라는 큰 배의 방향을 바로잡아 올해를 양국 관계의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해로 만들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결국 충돌에 이르게 된다는 이론이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에서 이 말을 꺼낸 것은 중국이 이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랐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대만 문제는 중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이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할 수 있고, 중미관계를 위험한 지경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위상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특히 중국 내부와 주변국에 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각인하려는 외교적 행보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시 주석의 발언을 맞받아치지도, 동조하지도 않으면서 역설적으로 시 주석이 위상을 뽐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문제가 급한 미국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며 신경전을 피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라는 발언 외에 다른 사안에 대한 언급을 구체적으로 내놓지는 않았다. 백악관 역시 공식 발표문에 대만 문제나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한 대응 성격의 내용을 포함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관리' 기조가 거듭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확대 양자 회담에 벌였다. 2026.05.14 ⓒ 로이터=뉴스1
韓에게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정부, 중동 정세 대응에 집중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이 중동 정세와 대(對)이란 압박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HMM 나무'호가 이란 측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세력에게 공격을 받으면서 정부의 '강경 대응'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이란을 일방적으로 감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 정부 입장에선 일정 부분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로 평가된다. 이란에 대한 다자 차원의 외교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여지가 일부나마 마련됐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에 여전히 우리 선박 26척과 한국인 선원 158명이 체류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행보가 곧바로 중동 리스크 해소나 한국의 대이란 외교의 돌파구로 해석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 전쟁 관련해선 중국이 미국과 이란 양쪽 편을 다 든 것"이라며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불허,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중국도 동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은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결국 중국은 미국과 이란 양쪽 사이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당장 한국이 체감할 변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호혜와 윈-윈"이라며 평등한 협상을 강조했고, 보잉·애플 등 미국 주요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방중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상호주의를 언급했지만, 구체적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백악관 역시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 확대와 중국의 대미 산업 투자 확대 등을 거론하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했다"라는 수준에서 설명하는 데 그쳤다.

관심을 모았던 한반도 의제 역시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되긴 했지만, 남북·북미 간 교착 상태를 타개할 만한 동력이 마련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중국 외교부는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언급하며 "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 등 주요 국제·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라고만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다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중 양국이 비공개로 나눈 대화를 모두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후속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미중 정상이 이번에 한반도 문제를 어느 수준까지 논의했는지, 북미 접촉 가능성과 관련해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며 "공개 발표 내용과 비공개 논의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