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트럼프 요구 검토한다…'국회 동의' 허들은 여전
靑 "대비태세·국내법 감안해 검토"…'파병' 시나리오 살핀다
지난 '군함 파견' 요구엔 '전략적 침묵'…韓 선박 피해에 기조 바뀌었나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정부가 미국 주도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을 빼내는 군사작전 '프로젝트 프리덤'에 동참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정부가 중동사태 발발 이후 미국의 사실상의 파병 요구를 공식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프리덤 프로젝트' 참여 제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가 모든 국가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국제법상 보호되어야 할 원칙이라는 입장 아래 글로벌 해상 물류망의 조속한 안정, 회복, 정상화를 위해 여러 국제적 노력에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언급도 주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은 프로젝트 프리덤과 관련한 선박 이동 과정에서 관련 없는 국가들을 향해 일부 공격을 가했으며, 여기에는 한국 화물선도 포함된다"면서 "한국이 (호르무즈 일대에) 와서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시간으로 전날 오후 8시 40분쯤 호르무즈 해협 안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북쪽 움알쿠와인항 인근에 정박 중이던 HMM(011200)에서 운용하는 'HMM 나무'호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것을 가리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소행'과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한국 선박에 대한 공격의 주체로 이란을 지목하며 한국에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요구를 한 것은 두 번째 파병 요구를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와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SNS 발언을 미국의 '공식 제안'으로 간주한 것은 지난 3월과 달라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한국 등 7개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주무부처를 통한 문서화한 '공식 요청'이 없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으로 이를 공식 요청으로 간주하긴 어렵다는 기조를 보이며 '전략적 침묵'을 택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3월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SNS 메시지를 공식 요청이라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결국 파병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과 달리 '어떤 결정'도 발표하지 않고 국면을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요구와 관련해서도 국방부나 외교부 등을 통한 문서화한 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정부와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해석하는 방식을 한 달 반 만에 바꾼 셈이 된다.
일각에선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우리 선박에 발생한 피해가 정부의 판단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번 피해가 이란 측의 공격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도 '온건한 대응'만 하기 어려워졌다는 차원에서 이란 측에 '메시지'를 보내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정부와 청와대가 미국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한미관계를 고려한 입장을 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한미는 대미 투자 지연과 쿠팡 사태에 대한 이견으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 및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협의 등에서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과 달리 한국만을 콕 집어 파병을 요구하자, 이를 대놓고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다만 청와대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가 모든 국가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국제법상 보호되어야 할 원칙"이라는 대승적 명분 뒤에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내법 절차'를 감안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반도 대비태세는 파병을 거절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북한이 4월달부터 군사 도발 횟수를 늘리고 남한 전역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인 상황에서 우리 병력이 호르무즈에 나가는 것은 어렵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법 절차'는 해외 파병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리킨 것이다. 이는 정부와 청와대가 파병에 동의해도, 국회에서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관계와 국내 여론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검토'한다는 정부의 기조는 지난 3월에 비해 보다 적극성을 띄면서 한미관계를 관리하되, 파병까지의 여러 '허들'을 제시하면서 운신의 폭을 넓히고 국내 여론도 관리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편 미국은 4일(현지시간)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민간 상선 이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진행 중이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구축함과 항공기 총 100여대, 1만여 명의 병력을 투입했고 이란은 이에 대응해 사실상의 교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이란의 순항미사일을 요격하고 이란 고속정을 격침했다고 밝혔고, 이란은 해협에 진입하려는 미 군함에 두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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