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치열해질 로비전…정부, 쿠팡과 '2라운드' 돌입
김범석 쿠팡 의장 '동일인' 지정에 미국의 '압박' 더해질 가능성
"워싱턴 조야에 대한 광범위한 접촉 확대 필요"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정부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공정거래법상 김 의장에 대한 규제의 벽이 높아지게 됐다. 쿠팡은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이 '이중 규제'라고 반박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도 진행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법적 절차보다 미국 정계와 행정부를 상대로 한 쿠팡 측의 '로비'가 더 까다로운 사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30일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 6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어진 한국 정부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정계와 행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쿠팡의 활발한 로비 활동은 자료로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미 상원 로비공개법(LDA)에 따르면 쿠팡Inc는 올해 1분기(1~3월)에 약 109만 달러(약 16억 원)를 로비에 지출했다. 쿠팡 측은 백악관과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상무부, 재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을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측의 로비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에서 김민석 총리와 만났을 때 쿠팡 사안을 직접 언급하며 "양국 간 오해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해달라"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어 미국은 쿠팡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며 이 사안을 한미 간 다른 현안과 연계하고 있다. 지난 1월 개시하기로 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범정부 대표단'의 협의는 쿠팡 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의 압박으로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다.
특히 미국은 김범석 의장이 한국에 입국할 때 우리 수사당국이 김 의장을 체포하는 등의 조치가 없어야 한다는 '신변 보장'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도 알려지며, 과도한 사법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이 김 의장을 콕 집어 신변 보장 조치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김 의장을 쿠팡의 총수라고 지정한 것에 대해 미국 측의 또 다른 압박이 제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안은 워싱턴에서 이뤄지는 로비의 작동 방식과 구조를 드러낸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미국에서는 기업과 외국 정부 모두 로비스트를 고용해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이익 관철'을 위한 물밑 소통을 벌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 법무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 역시 주미한국대사관을 통해 워싱턴D.C의 로비 업체와 계약을 맺고 백악관과 의회, 국무부 등 정책 결정자들과의 '조용한 접촉'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정치자금 분석 단체 오픈시크릿(CRP)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약 8283만 달러(약 1230억 원)를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에 투입하며 '주요 로비 지출 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7년 한 해에만 약 5198만 달러(약 772억 원)가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로비의 상당 부분은 극심했던 북핵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무역 협상 등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부의 로비 방식이 본의 아니게 외부에 드러난 사례도 있다. 지난 2024년 미국 검찰은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수미 테리를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했는데, 미 사법당국은 수미 테리가 로비스트 등록 없이 약 10년간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며 미 정책 결정자들과의 접촉을 주선하고 여론 형성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미국 측은 우리 정보당국 요원과 수미 테리가 만나는 장면을 공개하는 등 파장이 일었다.
이러한 현실은 김 의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 조치에 대한 미국 의회 및 행정부의 반응을 끌어내는 데 로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다. 정부의 입장에선 미국 조야에서 쿠팡의 목소리가 커져 미 정치권과 행정부로부터 '규제를 철회하라' 등의 메시지가 나오지 않도록 긴밀한 메시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쿠팡 사태는 기업의 문제지만 한미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어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한 쿠팡의 전방위적인 로비도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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