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단 앞둔 KDDX 가처분 소송…해양정보함 사업도 영향받나

22일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심문 종결…내달 초 결론 나올 듯
HD현대重·한화오션, 해군정보함 사업도 경쟁하면 '보안감점' 또 이슈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HD 현대중공업 제공)

(서울=뉴스1) 김기성 문혜원 기자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싸고 HD현대중공업(329180)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KDDX 제안서 제출 시한이 오는 5월 중순인 만큼 법원도 이를 고려해 내달 초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와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부장판사 김미경)는 지난 22일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 사건의 2회 공판기일을 진행하고 심문을 종결했다.

KDDX 사업은 약 7조 8000억 원을 들여 2030년대까지 6000톤급 한국형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건조 사업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042660)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두고 지명 입찰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배포한 제안요청서에 첨부된 기본설계 자료 항목 170건 중 12개 항목이 영업기밀에 해당해 공개가 불가하다며 지난달 24일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진행 중 공개 불가 항목을 14개로 확대 지정했다.

현대 "전례 없는 일" vs 방사청 "예규상 자료 제공 문제없어"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2025.12.24 ⓒ 뉴스1 오대일 기자

HD현대중공업은 2회 공판기일에서 "한화오션이 방사청에 요청한 자료는 공정성과 직결되고 HD현대중공업의 영업기밀에 직결되는 것만 골랐을 것인데, 그럼에도 그러한 고려 없이 (방사청이 한화 측에) 자료 대부분을 준 것이 이 사안의 본질"이라며 "과거 사례를 보면 제안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만 제공했지 원가 자료 등 경쟁업체의 경영상 기밀은 제외했다"라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계약상대자가 본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출되는 노하우(기술정보를 포함한다) 및 제반 자료에 관한 권리 등은 국가에 귀속되며, 계약상대자는 계약담당공무원의 사전 승인 없이 이를 다른 업무에 적용할 수 없다'는 용역 계약특수조건 표준 예규 제13조에 근거해 한화오션에 제안서 작성과 관련한 자료 제공에 문제가 없고 HD현대중공업이 자료제공 금지를 표시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방사청은 또 "HD현대중공업이 예규 27조 등에 따라 납품 이후에도 관리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조항들은 납품 이후의 자료 관리를 규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계약 목적물 활용 시 채권자 동의를 받을 필요 없이 온전한 권리를 국가가 갖는다"라고도 반박했다.

이어 "충분한 법적 검토와 관련 기관 검토를 받아 자료 제공을 결정했다"면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료를 제공했다고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세 차례에 걸쳐 입장을 바꾸면서 처음 문제 제기 때는 영업기밀이라고 한 적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다음 달 15일까지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다만 한 업체라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재공고를 통해 다시 제안서를 받아야 해 그만큼 사업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다만 재공고에서도 한 업체만 입찰에 응하면 그때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해군의 눈과 귀' 해양정보함 기본설계 유찰…경쟁입찰 시 '보안감점' 또 복병
2023년 한미 해군과 일본해상자위대의 해상훈련 모습. 앞줄 왼쪽부터 미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키리사메함,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키드함. 2023.11.27 ⓒ 뉴스1(미 해군 제공)

한편 방사청은 차세대 해양정보함(AGX-Ⅲ) 도입을 위한 기본설계 업체 선정을 진행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재공고를 내고 다음 달 6일까지 다시 모집하기로 했다.

해양정보함은 막강한 무장을 탑재하진 않았지만 음향 정보, 해양·기상 환경 데이터, 전파·통신 신호 등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분석해 표적 정보를 생산하고, 해군 함대와 작전부대를 지원하는 해군의 '눈과 귀'로서 역할한다.

우리 군은 2003년 취역한 '신세기함'(AGS-12)과 2012년 취역한 '신기원함'(AGS-13) 각 1척에 불과한 해양정보함 전력을 2030년대 중반까지 4대로 늘려 북한의 잠수함 등 해상·수중 위협에 대한 감시·추적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해양정보함 12척을, 일본은 6척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 군도 보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기본설계 발주는 사업의 초기 단계로, 기본설계 이후 상세설계와 건조 등 후속 절차가 이어진다. 해군은 1조 9400억 원을 투입해 2035년까지 4000톤급 이상의 차세대 해양정보함 2척을 도입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앞서 개념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유력 후보라는 관측과 한화오션도 경쟁에 참여할 것이란 예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해양정보함 사업이 KDDX와 같이 두 업체의 경쟁 구도로 흘러갈 경우 HD현대중공업이 안고 있는 '보안감점' 문제가 다시 촉발할 수 있다. 그럴 경우 KDDX 사업과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

HD현대중공업 임직원 9명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한 KDDX 개념설계도 등 군사기밀을 몰래 촬영해 공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2년 11월 8명, 2023년 12월 나머지 1명까지 모두 유죄 선고를 받았다.

방사청은 지난해 내부 법리 재검토를 거쳐 2022년 확정 사건과 2023년 확정 사건을 분리해 감점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보안감점 적용 여부는 본격적인 제안서 평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당초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기간은 작년 11월까지였으나, 최종 유죄 선고 사건(2023년 12월)을 기준으로 하면 HD현대중공업의 벌점 적용 기한은 오는 12월 6일까지(1.2점)다.

업계에선 KDDX 사업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과의 소송전을 벌인 이유가 시간을 끌어 벌점 적용 기한이 지난 뒤 본격 입찰 경쟁을 진행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이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한화오션은 방사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반납해야 하고 향후 제안서에도 관련 내용을 반영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을 안고 사업에 참여하게 되도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보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