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구성 핵시설 발언', 진위 파악 없는 '조치'는 부적절
정동영 발언, '기밀 유출'로 볼 수 있나 의문
한미 간 정보 공유,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져선 곤란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뒤엉킨 상태를 의미한다. 태생부터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올려 가는 성질을 갖고 있어 가까이 있으면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근래 '한미 갈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지난달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으로 심화한 듯하다.
정 장관은 3월 6일 국회에서 북한의 제3의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평안북도 구성시를 언급했는데, 미국은 이것이 '기밀 유출'이라고 항의하며 양국이 공유해오던 대북 정보를 일부 제한하기 시작했다.
정 장관의 발언이 적확했는지는 따져 볼 문제다. 그의 해명대로 과거 국내외 연구소와 언론에 의해 언급된 내용일지라도, 국무위원이 한미 당국 간 '공식화'하지 않은 북핵 관련 정보를 기정사실화해 거론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한미의 공식 판단과 별개로 구성시 핵시설의 존재는 꾸준히 거론돼 왔다. 작년에만 해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북한 평안북도 구성시 용덕동의 고폭발 핵실험 시설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있다. CSIS가 미국의 행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는 유력한 싱크탱크라는 점에서, 소위 이 업계에서 CSIS의 보고서를 '그저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정 장관은 작년 7월, 국무위원이 되기 전에 열린 인사청문회에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혔고, 이는 언론 보도와 국회 속기록에서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다. 미국의 구체적인 불만 사항이 무엇인지 100% 알지 못하더라도, 지금 미국과 야당이 제기하는 '기밀 유출'이라는 프레임이 정 장관의 해명을 뒤집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안이 한미 간의 중대한 '갈등' 혹은 '위기'를 불러올 만한 것이었는지도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기밀 유출이라는 확실한 물증이 없는 불만 및 비판 제기가 적절했느냐는 이야기다.
대북 정보 공유 제한이라는 미국의 '조치'가 정 장관의 발언 때문만이 아니라 여러 사안에 걸쳐 누적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양국은 사전 통보 없는 주한미군의 서해훈련과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유엔군사령부의 비무장지대(DMZ) 출입권 권한의 이양 등의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는데, 미국이 정 장관의 발언을 빌미로 이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치고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북 정보 공유를 중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관측이 사실이면 미국의 조치도 타당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개별 사안은 각 사안에 맞는 소통 채널과 방식을 찾아야지 모든 사안을 싸잡아 하나의 안건으로 다루면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갈등은 예상치 못한 계기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다만 국가 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최대한의 합리적 판단을 동원하고 앞으로의 전망까지 고려해야 한다. 당장 오늘의 정권의 논리로만 모든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이 '75년 동맹'인 한미관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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