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방시혁' 수사에 훈수 둔 美…위험해지는 '외교 결례'
대북 정보 공유 제한에 쿠팡·방시혁 압박…핵잠 등 협의는 미진
로비 중심의 미국 정치 구조·트럼프식 거래주의 결합해 '압박'으로 귀결
- 정윤영 기자,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임여익 기자 = 올 들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래 외교'의 방식이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한국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미 정상의 합의 사안 이행을 위한 소통에는 소극적이면서, 미국이 원하는 사안들은 한국의 사법권까지 침해하는 방식으로 제기되면서다.
미국은 최근 수사를 받고 있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출국금지 조치를 일시적으로 해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 의장은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미국은 이달 초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직접 경찰청에 관련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외교부는 관련한 소통이 한미 간에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이 외교 채널로 경찰청에 직접 요청을 한 것이 '외교 결례'이자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개입 시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 측의 요청이 지난 19일 언론에 공개되자 경찰은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은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방 의장 사건에 이어 미국이 김범석 쿠팡 의장에 대해서도 한국의 수사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요청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었다. 외교 채널을 통해 한미 간 현안에 대한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김 의장이 한국을 찾을 경우 체포를 하지 않는 등'의 법적·신변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김 의장 관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및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협의 개시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개입할 수 없는 한국의 사법 절차를 외교적 협상의 영역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미국의 요구가 사실일 경우 앞으로 한미 협의 과정에서 큰 난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사안이 '로비'가 하나의 정치적 수단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동맹에도 '가혹한 외교'를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상 이로 인한 부작용이 크게 두드러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정치의 로비 중심 구조와 트럼프식 거래주의가 결합하면서 기업과 정부의 이해가 동시에 외교에 작동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타국의 사법 절차까지 거론하는 것은 외교 원칙에서 벗어난 이례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고강도 압박은 방 의장, 김 의장 사건 전에도 올해 유독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엔 지난해 합의한 정부의 대미 투자 약속의 조속한 이행을 압박하며 이미 합의된 관세를 다시 인상하겠다고 주장한 데 이어, 중동 전쟁 발발 후엔 한국의 '파병'까지 요구하는 강수를 두면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 압박 과정에서 우리 국회의 입법이 느리다며 "한국 국회가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라고 말하고,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가 수십 년간 보호했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함께하지 않는다"라며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역시 한미 정상의 합의사항인 핵추진잠수함 건조 지원과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협의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한미는 양국 모두 범정부 대표단을 꾸려 지난 1월에 첫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 측은 대미 투자 문제와 중동사태 등으로 관련 일정을 차일피일 미뤄 왔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11월 미국의 상·하원 선거(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기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는 점에서, 5월에도 협의가 열리지 않으면 정상적인 논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내 정책 조율 기능이 약화한 가운데 부처별 이해관계와 정치적 경쟁이 맞물리면서 합의 이행보다 추가 양보를 압박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법·안보 영역까지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정부가 상황을 냉정하게 대응하면서 미국과 비공식 소통도 활발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을 통합·조율하는 중심이 약한 상태에서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며 난맥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적 성과로 작용하는 만큼 압박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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