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이번엔 '대북 정보' 두고 마찰…또 흔들리는 공조

정동영 '北 구성 핵시설' 언급에…美, '대북 정보 공유 중단' 이례적 조치
대북 감시태세 지장 및 한미 외교적 마찰 우려

정동영 통일부 장관. 2026.3.19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유민주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핵시설 관련 공개 발언을 두고 20일 한미의 마찰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정 장관이 '기밀' 사항을 협의 없이 공개했다는 미국의 불만 제기에 통일부는 정 장관이 미국으로부터 공유받은 정보를 발언한 적은 없다는 상충된 입장을 밝히면서다.

미국은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한 문제 제기 및 '보복' 조치 차원에서 미국이 확보한 대북 정보의 상시적 공유를 돌연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정부의 대북 감시태세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와, 이번 사안이 한미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美, 이례적 '대북 정보 공유' 제한…누적된 불만 고강도 표출?

미국이 문제시한 정 장관의 발언은 지난달 6일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 장관이 북한의 새 우라늄 농축시설이 영변과 강선에 이어 '구성시'라는 곳에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정 장관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3월 2일 이사회에서 한 보고 중에 굉장한 심각한 내용이 있다"며 "지금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고,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농축률이) 60%인데 비해 북은 90% 무기급 우라늄을 만든다고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구성시는 평안북도에 있으며 10여년 전부터 전문가들을 통해 이곳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핵시설이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한미가 구성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는 없다.

정 장관의 국회 발언 직후엔 이와 관련해 미국 측의 공개적인 불만 제기나 비판이 노출되진 않았다. 다만 정 장관이 언급한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보고에 구성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출처에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관련 내용을 IAEA 이사회에 보고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의 이사회 기조연설에선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비공식·비공개 보고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지난 17일 언론 보도를 통해 미국이 정 장관의 발언에 당국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상시적으로 진행돼 온 대북 정보의 공유를 중단할 것이라는 통보를 했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확산됐다.

실제 미국은 약 일주일 전부터 그간 공유하던 대북 정보의 일부를 공유하지 않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도에서는 미국이 공유하지 않는 정보의 분량이 매일 50~100페이지에 달한다고 언급되기도 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일방적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한미는 각각 정보 활동을 통해 수집한 대북 정보를 취합해 종합적인 분석을 내려왔는데, 미국 측이 보유한 우수한 정보자산의 정보가 끊기면 정부의 대북 판단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와 한화에어로시스템이 공동 개발 중인 고정익 무인기 모하비(Mojave). 2024.11.13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한미는 현재 이번 사안에 대해 '필요한 소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로의 입장이 180도 다른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통일부는 미국 측이 불만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 17일에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한 문의가 있어 '충분한 설명'을 했다"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구성 핵시설'에 대한 언급은 이미 2016년 미국의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보고서에서 나왔으며, 이후에도 여러 연구소의 연구보고서와 언론 보도에 나온 '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야당 측에서 정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정 장관의 경질 필요성까지 제기하자 통일부는 지난 18일에 "통일부는 구성과 관련해 어떠한 정보도 타 기관으로부터 제공받지 않았다"라며 정 장관의 발언이 미국이 공유한 정보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추가로 밝히기도 했다.

특히 통일부는 정 장관이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때도 '구성 핵시설'을 언급한 바 있다면서 정 장관이 국무위원이 되기 전에도 이미 구성의 핵시설에 대한 나름의 인지를 하고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의 이번 문제 제기 및 정보 공유 중단 조치가 한국에 대한 누적된 불만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여당이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 유엔군사령부와의 협의 없이 비무장지대(DMZ)에서의 활동 승인 권한 일부를 한국 정부가 확보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거나, 한미 간 대북정책 논의를 외교부가 아닌 통일부 주도로 하겠다는 방침에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 기류가 생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美, 중동사태 기여 및 관세 등과 연계해 '압박 카드' 활용 가능성도

미국이 공유를 제한한 정보는 미국의 정찰위성이나 정찰기가 수집한 북한 지역의 위성사진이나 감청 정보 등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이를 통해 북한의 주요 미사일 및 핵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왔고, 정부가 미국의 정보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영역도 이에 해당한다.

정부가 미국과 어떤 '톤'으로 이 사안을 논의하고 있는지, 미국 측의 조치에 '맞대응' 차원의 방안을 검토 중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 사안을 키워 관세 등 통상·무역 문제나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파병'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과 연계해 한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편으론 누적된 정부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도 과거에 비해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대북 감시태세에 '결정적 장애'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미국이 가동하기 어려운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자산)의 역량은 한국이 우세하기 때문에, 미국 측도 여러 상황을 감안해 대북 공조라는 한미동맹의 근간이 되는 틀을 필요 이상으로 흔들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대북 정보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시진트(SIGINT·신호 정보)나 휴민트 등 우리가 미국에 제공하는 정보도 있다"라며 "우리 군의 백두·금강 정찰기로 수집하는 대북 정보도 있고, 이런 정보를 한미가 상호 교환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짚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공유가 중단된 정보의 양이 수십 페이지라면 오히려 핵심 정보가 아니라 일상적인 정보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미국이 '고강도 조치'를 취하진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seojiba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