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파견 앞둔 '왕건함' 무장 강화…다국적군 출범하면 호르무즈 투입

왕건함, 전파 교란·드론 방어 체계 보강…호르무즈서 작전 경험도
李 '실질적 기여' 언급해 다국적군 참여 기정사실화

충무공이순신급(DDH-Ⅱ)구축함 왕건함. (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8 ⓒ 뉴스1

(서울=뉴스1) 김기성 한재준 기자 =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하는 호송전대인 '청해부대'의 48진으로 충무공이순신급(DDH-Ⅱ) 구축함 왕건함(DDH-978)이 6월 초 파견된다. 왕건함은 47진인 대조영함(DDH-977)과 임무를 교대하기 위해 출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종전 후 영국과 프랑스가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보호를 위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국적군'이 구성되면 이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로, 왕건함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 상황이다.

20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왕건함은 5월 초 경남 진해 해군기지를 떠나 6월 초 아덴만에 도착해 청해부대 47진 대조영함과 임무를 교대할 예정이다. 청해부대의 활동 지역은 이란을 지원하는 후티 반군의 거점인 예멘 남서부와 아프리카 소말리아가 마주하는 아덴만 일대로, 최근 이란이 '봉쇄 위협'을 가했던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연결돼 있다.

청해부대의 활동 지역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는 충무공이순신급 함정으로 3~4일 정도 이동해야 하는 거리로, 청해부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파병 요구를 했을 때부터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군은 실제 왕건함을 다국적군 구성 시 파견할 유력한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왕건함은 파견을 앞두고 전파 교란, 해킹 등 소프트킬 방식 대(對)드론 방어 체계를 보강하는 등 출항 준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건함은 지난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독자 파견' 때도 투입된 경험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프랑스와 영국 주도로 열린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7 ⓒ 뉴스1 허경 기자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50여 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호르무즈 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 이니셔티브'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해협 안정을 위한 '관리 메커니즘'을 국제사회가 함께 모색할 것을 제안하고 한국도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공공의 자산이자 글로벌 공급망을 지탱하는 핵심축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전 세계 에너지·금융·산업·식량안보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 공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실질적 기여'라는 언급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정 이후 호르무즈 해협 안전 보장을 위해 꾸려질 다국적군 참여 의사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역시 이번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14일 국회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과 우리 상선 보호를 위해 중동전쟁 종전 이후 다국적군 참여 구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안 장관은 "영국과 프랑스가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참여하겠다는 의사 표명을 한 바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1~4단계로 나눠 군의 투입 등 대응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건함을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앞선 2020년의 사례와 같이 우리 상선 보호를 위해 작전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해 국회 승인 없이 작전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다국적군에 참여해 맡을 임무 성격과 작전 지역에 따라서는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과 중동을 모두 의식해 '전투병력'으로서의 파견 대신 정보 공유나 수송 등 '지원 업무'에 방점을 둔 파견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국적군이 꾸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 공유, 연락장교 파견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 군 자산의 투입은 장병 안전을 최우선 기본 전제로 놓고 출발한다. 중동과 유럽 국가들의 동향을 신중히 살피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들을 폭넓게 고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