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파견에 다국적군 참여 '만지작'…美 없이 '호르무즈 외교' 나선 韓
'로키 대응' 속 '국익' 최대화 행보…중동 외교 '새 판 짜기'
李 대통령, 英·佛 주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 회의' 참석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종전 협상 국면으로 전환된 뒤 정부가 '독자적' 중동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과의 전통적 공조의 틀에서 다소 벗어난 듯한 외교 행보를 보이는 것인데, 중동에서 우리가 놓치면 안 되는 국익을 보호하고 중동과의 미래관계도 염두에 둔 '실용 외교'를 최대화한다는 기조로 17일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는 이란과의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스라엘은 불참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번 회의와 관련해 70~80개국에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최종적으로 40여 개국이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프랑스는 중동 전쟁이 멈추고, 호르무즈 봉쇄 사태가 정리된 이후 유사 입장국 간 공조를 모색하기 위해 외교와 군사 분야에서 각각의 회의 채널 정립을 주도해 왔다.
프랑스는 지난달 26일 35개국 군 수장이 참여한 화상회의를 열었고, 영국은 지난 2일 40여 개국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에선 각각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정의혜 외교부 차관보가 참석했다.
미국과 이란이 곧 두 번째 종전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회의의 급을 올려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는 종전 협상의 타결을 촉구하고, 그간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종전 이후 중동 지역에서의 주요국 간 공조의 구체적 틀을 사실상 확정하기 위해 열리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공조의 방식이 불분명할 때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영·프 주도 회의체에 국방부 장관이나 외교부 장관이 직접 참석하진 않았는데, 이번 정상회의엔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향후 공조의 틀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선에서 어느 정도 확정된 것임을 방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이 직접 이해당사자인 외교 사안에서 정부가 미국과 보조를 100% 맞추지 않으면서 독자적 외교를 하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각국의 이익'은 각국이 찾아야 한다며 발을 빼는 듯한 선언을 한 적은 있지만, 이란과의 협상 국면에서 다시 호르무즈의 봉쇄를 시도하는 등 호르무즈에 미국의 이익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정부의 독자적 중동 외교는 이란에 외교부 장관의 특사를 파견한 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정부는 중동사태 발발 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이란과의 양자 협상보다는 '자유로운 통항'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며 등거리 외교 전략을 펴 왔다.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이란과의 관계 역시 관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휴전과 종전 협상이 시작되면서 정부의 '로키' 외교의 톤이 살짝 높아졌다. 정부는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 개최 직전 정병하 외교부 장관 특사를 이란에 파견해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우리 선박 및 국민의 안전 보장과 향후 에너지 협력을 위한 양자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정 특사는 지난 10일 이란으로 출국했는데, 아직까지 귀국 일정을 잡지 않고 현지에 체류 중이다.
이에 앞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오만·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을 방문해 원유와 나프타를 확보하는 등 정부는 중동 외교의 맥박을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영·프 주도의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종전 이후 구성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다국적군'의 윤곽이 잡혔으며, 정부도 사실상 참여를 확정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군이 투입된다면 '독자적 작전'이 아닌 다국적군에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 장관은 "영국과 프랑스가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참여하겠다는 의사 표명을 한 바 있다"라며 "그런 구조하에서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회의는 영·프 주도로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무를 외교부 유럽국이 아닌 북미국이 담당하고 있다. 이는 통상적으로 국방부가 관여하는 '군사 조치'와 관련된 외교 업무를 북미국이 담당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의 다국적군 참여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다국적군 구성이 현실화해도 한국은 전투병의 파병보다는 지원이나 후방 임무 등 '제한적 기여'로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투병력 중심의 파견이 이뤄지면 전쟁 초기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을 요구한 미국으로부터 불편한 시선 내지는 '보복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다.
중동전쟁의 종전 협상 국면 후 전개된 한국의 중동 외교는 적어도 에너지와 방산 등 한국의 이해에 큰 영향을 주는 중동에서만큼은 '한미 공조'를 최우선시하기 어려운 '현실론'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외교가 안팎에서 나온다. 일각에선 중동에서 나름의 신뢰를 받아 온 한국 외교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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