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트럼프 빠진 '호르무즈 화상 정상회의' 참석 가닥…한미 조율도 주목

일각에 참석하되 '트럼프 변수' 관리 병행 필요성 제기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4.16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안전' 화상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미 간 사전 조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17일 저녁에 열릴 이번 회의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빠진 채 추진된다. 회의를 주최한 영국, 프랑스는 70~80개국 정상에게 초청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회의 참석 여부에 '확답'을 내놓진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사실상 참석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 회의는 최근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 사태 진정 이후 국면에서 유사입장국 간 공동 대응을 모색한 외교, 군사 회의의 연장선에 있다.

영국은 지난 2일 한국 등 40여 개국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두고 외교적 방안을 모색하는 외교장관 화상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또한 7일에는 영국 합동작전사령부가 주관하는 '군사 전략가 회의'도 열렸다.

지난달 26일 프랑스는 35여 개국 군 수장이 참여한 화상 회의를 주도했다. 회의에는 한국군을 대표해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참석했다.

일련의 회의는 현시점의 군사작전 등을 논의하는 게 아닌 '포스트 워(post-war) 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기뢰 제거와 민간 선박 호위, 통항 프로토콜 마련 등 방어적 임무를 중심으로 해협 기능을 복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한국 외교에 있어 '트럼프 리스크'가 자주 변수로 작용해 왔던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불참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으로선 일정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응하지 않은 "한국, 나토, 일본 등은 도움을 안줬다", "자국 기름은 직접 지켜라"는 취지의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며 동맹국을 향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핵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김정은 정권 옆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한국이 돕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역시 이러한 '트럼프발 긴장'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1일 오만 쪽에서 바라본 호르므즈 해협 인근 걸프 해혁의 화물선들. ⓒ 로이터=뉴스1
유럽 공조 필요하지만 '트럼프 변수'도 잔존…'예방 외교' 가동 필요성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는 한국은 에너지 수송로 안전이라는 직접 이해관계 때문이라도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혹시나 있을 미국을 자극해서는 안 되는 난도가 높은 외교 상황에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선 미국과의 사전 소통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괜한 트럼프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게, '예방 차원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특히 현재 미국의 '역봉쇄'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통항 정상화가 언제쯤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여전히 한국 선박 26척과 우리 선원 169명도 발이 묶여 있다.

정부는 그간 이란과 '협상'이 아닌 '협의'를 이어오며, 다자 공조도 병행하는 외교적 접근법을 견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 주 정병하 외교장관 특사를 이란에 파견했고, 이후 조현 외교부 장관을 통해 우리 정부가 선박 정보를 이란과 미국은 물론이고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국가에 전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가 안팎에선 정부의 대응 기조가 해협 봉쇄 초기보다 조금 더 적극성을 띠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의 참석 자체를 두고는 큰 이견이 없었다. 미국을 의식해 다자 차원의 공조를 모색하는 자리에 빠지는 것이 오히려 외교적 실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의 압박은 한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동맹 전반을 상대로 한 비용 분담 요구의 성격이 강하다. 다른 국가들과 유사한 상황 속에서 함께 대응해야 할 문제"라며 "이번 회의는 전후 질서를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한국도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미국이 빠진 협의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참여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며 "참여를 통해 해상 수송로 보호에 대한 역할 확대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