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 이번엔 KDDX '법정 다툼' 치열…또 사업 지연 우려
HD현대, 기본설계 자료 12개 공개 불가 가처분…재판 시작하자 14개로 늘어
제안서 제출 기한, 내달 15일…재판 속도 따라 사업지연 우려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 사이의 법정 다툼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재판 지연으로 인해 사업이 또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15일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사가 지난 2023년 완료한 KDDX의 기본설계 자료를 한화오션에 제공하라는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데 이어 재판 시작 후 당초 지정한 공개 제한 항목을 확대하는 등 이번 사안에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라 재판부가 검토할 서증과 의견서도 늘어나면서 재판 기간이 길어지고, 이와 맞물려 사업 지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산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부장판사 김미경)는 지난 8일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 사건의 1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KDDX 사업은 약 7조 8000억 원을 들여 2030년까지 6000톤급 한국형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건조 사업이다.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한다.
당초 방사청은 올해 말까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을 체결해 오는 2030년까지 한국형 이지스함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사업자 선정 문제로 이미 2년 넘게 사업이 지체됐다.
앞서 개념설계는 대우조선해양(이후 한화오션에 인수)에서,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아 진행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두고 지명 입찰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제안요청서에 첨부된 기본설계 자료 항목 중 12개 항목이 영업기밀에 해당해 공개가 불가하다며 지난달 24일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방사청은 지난달 31일 열린 KDDX 사업설명회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각각 상세설계 제안요청서(RFP)를 교부하면서 앞서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자료 중 170건을 한화오션에 전달했다. 방사청은 기본설계가 끝난 상황에서 앞선 사업 자료의 소유권은 정부에 있고, 경쟁입찰의 실효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정보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본설계 자료 제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HD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 1회 공판을 앞두고 기존 공개 불가 12개 항목을 일부 수정 및 추가하여 14개의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서증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해당 항목에는 노무단가, 장비 공급업체의 가격 및 기술 사양 등 영업기밀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위사업청에서 교부한 자료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영업기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추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1회 공판 당일에 HD현대중공업에서 특정한 14개 공개 불가 항목을 인지하게 돼 재판 당일 자료 제출이 어려웠고, 추가 공판기일에 맞춰 해당 자료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방산업계와 법조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공개 불가 항목 수정·추가가 '보안 감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소송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임직원 9명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한 KDDX 개념설계도 등 군사기밀을 몰래 촬영해 공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2년 11월 8명, 2023년 나머지 1명까지 모두 유죄 선고를 받았다.
당초 방위사업청은 2022년 유죄 확정 사건과 2023년 유죄 확정 사건을 동일한 하나의 사건으로 보고, 지난해 11월까지 1.8점의 보안감점을 매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지난해 내부 법리 재검토를 거쳐 두 사건을 분리해 감점을 적용해야 할지를 검토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보안감점 적용 여부는 제안서 평가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최종 유죄 선고 사건(2023년)을 기준으로 하면 벌점 적용 기한은 오는 12월 6일까지(1.2점)로 늘어난다.
방사청은 사업권을 두고 경쟁이 본격화하는 제안서 제출 이후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의 입장에선 방사청을 상대로 진행하는 재판을 최대한 장기전으로 끌고 가 벌점 적용 기한이 지난 뒤 본격 입찰 경쟁에 임하고, 더 나아가 재판에서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사업 수주를 위한 활로가 넓어지는 셈이기 때문에 '재판 지연'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당초 정부가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과 관례에 따라 수의계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충남 천안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군사기밀 빼돌려 처벌받고 있는 데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뭐 이상한 소리나 하고 그러고 있던데 잘 체크하라"라고 말하면서 사업 방식이 '급변경'됐다는 관측도 있어, HD현대중공업의 입장에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본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KDDX 사업이 이미 장기간 지연된 상황에서 두 업체의 경쟁이 우리 군의 전력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상당하다.
방사청은 다음 달 15일까지 양측의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다만 한 업체라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재공고를 통해 다시 제안서를 받아야 한다. 그만큼 실제 사업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아울러 재판부가 HD현대중공업이 지정한 14개 공개 불가 항목에 대한 방사청의 제출자료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도 필요해 재판이 얼마나 걸릴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과 방사청 간 2회 공판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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