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이대로면 軍 허리 '부사관' 무너진다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지난 1일 육군 제9보병사단 산하 한 여단에서 상사 진급식이 시작 1시간 30분 전 여단장 개인 사유로 돌연 취소됐다. 기대에 부풀어 행사장에 온 진급자와 가족들은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행사는 다음 날 열렸지만, 군 내에선 이 일을 두고 “이러니 부사관 그만두지”라는 자조가 나왔다. 지금 부사관이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부사관은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다. 육군의 민간·현역·예비역 재임용 부사관 전역자는 2022년 3460명에서 2023년 4607명, 2024년 5371명, 지난해 4917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준 임관자는 2022년 2260여명에서 2023년 1380여명, 2024년 860여명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1470여명으로 소폭 반등했다.
정원 공백도 크다. 올해 육군 부사관 정원은 8만8000여명이지만 실제 복무 인원은 6만7000여명 수준이다. 보직률도 2022년 90%에서 올해 3월 76%로 하락했다. 특히 하사는 정원 2만9000여명 가운데 1만4000여명만 복무 중이다. 하사 보직률은 48%에 그쳤고, 중사가 하사 보직의 17%를 대신 맡고 있다.
원인은 분명하다. 우선 돈이 되지 않는다. 병장 월급이 200만 원 수준까지 오르면서 하사와의 격차는 크게 줄었다. 2025년 하사 1호봉 연간 보수는 약 4000만 원이지만 수당이 포함된 금액이다. 세금과 연금, 생활비를 빼면 체감은 다르다. 의식주를 제공받는 병사의 가처분소득이 하사보다 반드시 낮다고 보기 어렵다. "버티면 오른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그 구간을 버티지 못하고 떠난다.
업무 환경도 악화됐다. 병사 인권과 복지 강화로 기존 병사 업무 상당 부분이 하사에게 넘어왔다. 업무는 늘고 권위는 약해졌다. 일부 현장에서는 부사관이 전투 전문 인력보다 ‘잡무 병력’처럼 취급된다는 푸념도 나온다.
장교와 비교한 매력도 줄었다. 과거보다 장교 진입 장벽은 낮아졌고, 보수와 경력 전망은 여전히 장교 쪽이 낫다. 여기에 진급 시 다른 권역으로 이동하는 교류 제도까지 더해지며, 부사관의 장점으로 꼽히던 근무지 안정성도 흔들리고 있다.
군은 부사관을 ‘허리’라고 부른다. 허리가 지금 약해지고 있다. 정부와 군이 급여 인상과 장려금 확대 등 처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돈뿐 아니라 자부심, 권위, 삶의 안정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
현재 중사와 상사 충원율은 98~99%라고 한다. 그러나 이 수치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하사 공백은 몇 년 뒤 중사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왜 부사관이 선택받지 못하는지 정확히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군 전력의 약화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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