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 불발에 '호르무즈 불확실성' 커져…韓 이란 특사는 현지 급파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난 밤샘 협상…호르무즈 개방 여부 불확실
이란 간 정병하 특사, 고립 선박·선원 탈출 위한 교섭 착수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대표단을 회담을 벌인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4.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미국과 이란이 21시간에 걸쳐 밤샘 휴전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2주간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페르시아만에 고립된 우리 선박 26척과 선원 173명의 귀국 여부도 한층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협상 종료 직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측에 미국의 '레드라인'을 매우 명확하게 밝혔으나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미국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최종이자 최선의 제안을 이란이 받아들일지 지켜보겠다"며 향후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란의 준관영매체 타스님 통신 역시 "미국의 과도한 요구와 야심이 공동의 틀 마련과 합의를 가로막았다"며 "양측은 현재로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밴스 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대표단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은 11일 오후 중재국인 파키스탄에서 만나 이튿날 새벽 3시 40분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여왔다. 이들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와 이란의 핵보유 금지, 레바논 휴전 등 핵심 쟁점을 논의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렬 직후 이란 정부는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고, 타스님 통신은 "곧 협상이 속개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밴스 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돌연 "합의 없이 미국으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음 협상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3월 10일(현지시간) 유조선 칼리스토호가 오만 무스카트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2026.03.10. ⓒ 로이터=뉴스1

당초 이란이 2주간의 휴전 조건으로 동의했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여부도 한층 불확실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인 개방을 원하는 반면, 이란은 최종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현재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타스님 통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합리적인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 호르무즈 개방 여부는 양국 간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극적으로 휴전안이 타결돼 해협이 개방된다고 해도,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전세계 약 2000척의 선박이 갇혀 있는 만큼 모든 배가 한 번에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경우 이란군이 지정한 대체 항로로 나와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한, 통항료 문제를 비롯한 이란 측의 '통항 허용 조건'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선제적으로 파악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이란 측과의 외교 채널을 활용한 물밑 협의에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10일 정병하 극지협력대사를 외교장관 특사로 임명하고 이란 현지에 급파했다. 지난 9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특사 파견 의사를 밝히고 이란 측이 호응한 지 하루 만에 신속하게 파견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정 특사는 주말 사이 현지에 도착해 이란 측과의 접견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란 외교 당국 주요 인사들이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에 체류 중이었던 만큼 면담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특사는 현지에 고립된 우리 선원과 선박들의 조기 탈출을 목표로 이란 측과 통항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관련 분위기도 파악해 향후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 설정을 위한 정보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