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통합 본격화…합친다고 우수 인재 모일까?[한반도 GPS]

안규백 "과거보다 낮은 성적으로 입학 가능해져"…통합 필요성 제기
사관학교 구조보다는 '졸업 후 인생' 바꿔주는 게 우선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월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모자를 던지며 자축하는 신임 장교를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26.2.20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여기 대령 이하 잘 들어라. 느그들 서울대 갈 만큼 공부 잘했잖아, 그자?"

영화 '서울의 봄' 속 전두광의 대사는 '군사정권' 때의 사관학교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실제로 그때는 사관학교에 들어오는 청년 대다수가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을 낸 것이 사실입니다. 사관학교 입학이 곧 엘리트 코스였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최상위권 수험생의 선택지는 의대 혹은 법대라는 게 보편적인 시각입니다. 안정적인 고소득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관학교는 긴 복무 의무와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가 겹치며 매력이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최근 과거보다 낮은 성적으로 입학하는 인원이 적지 않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합니다.

정부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이 정책은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구체화되고 있으며, 국방부 역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달 중 기본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통합사관학교는 '2+2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2학년은 통합된 교양·기초 교육을 받고, 3~4학년은 기존의 각 군 사관학교에서 심화 교육을 받는 방식입니다. 국군사관대학교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육사·해사·공사를 단과대처럼 두는 모델로 보입니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정부만의 어젠다는 아닙니다. 심지어 이승만 정부 때부터 진보와 보수 정권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그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교수진과 교육 자원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합동성 강화라는 명분도 있습니다. 드론과 인공지능(AI), 사이버전이 결합된 현대전에서 육·해·공군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정말 경쟁력이 올라가느냐'라는 질문엔 쉽게 '그렇다'라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학교의 규모와 우수 인재 유입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관학교는 애초에 일반 대학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성격의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군'을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역과 예비역 군 관계자들은 "선발 구조보다 교육의 내실이 중요하다"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교육 수준 향상과 우수 교원 확보는 처우 개선과 예산 투입 등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반드시 사관학교의 통합을 전제로 모색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현실적으로 입지 문제도 걱정이 됩니다. 통합사관학교가 지방에 위치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우수 자원이 과연 유입될 수 있겠느냐"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로 수험생들의 대학 선택에서 '인서울 혹은 수도권'이라는 입지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2년간 통합 교육을 받은 뒤 3학년 때 군을 선택하는 방식이 된다면 특정 군으로 지원이 몰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적에 따라 군 배치가 이뤄지면서 군 간 서열화 인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군을 선택하지 못한 생도들의 중도 이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정책을 해외 사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캐나다와 호주처럼 통합사관학교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지만, 미국·프랑스 등은 여전히 개별 사관학교 체계를 유지합니다. 대신 교류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합동성을 보완합니다. 통합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사실 이번 통합 논의는 12·3 비상계엄에 육사 출신이 대거 가담하면서 더욱 커졌습니다. 특정 집단의 영향력 축소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사관학교의 구조를 바꾸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앞서야 하는 과제는 사관학교를 졸업하면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 군인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이 직업이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고찰하고 바꿀 것을 바꾸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은 그래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통합은 그저 실험으로 끝날지도 모릅니다. 조만간 나올 사관학교 개편안에는 이 같은 고민이 담겨 있길 바랍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