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석기시대 시한" D-1…한미 핵잠·원자력 협의도 '촉각'
이란 변수에 늦춰진 한미 협의…신경쓰이는 '동맹 기여' 불만
전문가 "美, 보복성으로 핵잠 등 한미 안보 협의 지연 가능성"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제시한 협상 마감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동 정세 급변 가능성이 아직 출발선에도 서지 못한 한미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와 원자력 협정 개정 협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는 실무 준비를 상당 부분 마친 상태지만, 미국과 이란이 협상 시한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추가 군사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한미 협의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한미 현안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 지도부가 7일 밤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까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교량 등 기반 시설을 폭격해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에겐 내일까지 시간이 있고, 그 이후에는 다리도, 발전소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 "말 그대로 석기시대로 되돌아갈 것이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불과 4시간 만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밝힌 데 이어 불과 닷새 만에 같은 표현을 재차 사용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콕 집어 노골적인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핵무기를 많이 가진 김정은 바로 코앞에 4만 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며 "한국은 우리를 돕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실제 주한미군 규모(약 2만 8500명)보다 약 1만 6000명가량 많은 수치다.
이란에는 군사적 압박을, 한국 등 동맹국에는 기여 확대 요구를 제기하는 이중 메시지를 낸 셈이다.
중동 변수가 장기화할 경우 한미 간 한국의 핵잠 건조, 원자력 협정 개정 협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외교 소식통은 이날 "미국 측은 이란 전쟁에 정책 역량이 집중된 상태로 한미 실무 협의는 의례적 소통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란 사태가 일정 부분 정리돼야 협의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월 '원자력 협정 개정 범정부 TF'를 출범시키고, 기술 협력과 농축·재처리 문제 등에 대한 실무 준비를 진행해 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당시 "농축, 재처리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국방부가 주도하는 '핵잠 범정부협의체'(TF)를 출범시킨 바 있다. TF에는 외교부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기조가 강경해지면서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일각에선 미국이 이란에 대해 "어떠한 핵농축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화하는 가운데, 동맹국과의 원자력 협정에서도 농축·재처리를 제한하는 원칙이 재부상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형 동맹' 기조도 변수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관세 조정, 안보 협력을 묶은 '조인트 팩트시트'에 합의했지만, 중동 기여 문제와 연계될 경우 협상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사태와 관련한 한국의 기여에 불만을 드러낸 점 역시, 향후 이란 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한국에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분명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동맹을 거래 비용적으로 보고 있고, 이번 전쟁을 한국과 일본 같은 원유 수입국을 위해 싸운 것으로 인식하는 만큼 기여가 없었다고 판단하면 비용을 더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방위비뿐 아니라 관세와도 연계될 수 있고, 전쟁 이후 협상 과정에서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서 접근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보복성으로 핵잠 도입이나 원자력 협정 개정을 지연시키는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이미 합의된 핵잠이나 원자력 협정을 전면 뒤집기보다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같은 방위비 협상에서 부담을 더 요구하는 방식이 (미국 입장에선) 현실적일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yoong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