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외하고 이란과 '다자 협상' 추진?…호르무즈 해법 쉽지 않다
'각자도생' 美 역할 축소…이란은 '통행 규칙·통행료' 검토
韓, 다자 논의 참여 속 신중 기류…미·이란 협상 향배 주시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와 관련해 '각자도생'에 가까운 태세 전환을 보이면서, 이해관계가 얽힌 전 세계 국가들이 해법 모색에 나선 모양새다. 동시에 이란은 해협 통행 규칙을 변경하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서며, 사안은 단순한 외교 현안을 넘어 복합적인 난제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대이란 군사작전의 성과를 강조하며 "신속하고 결정적이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핵심 전략 목표들이 완수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가 전쟁 발발 이후 "2~3주 안에 떠날 것"이라는 발언을 반복해 온 점을 고려하면,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의식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전쟁 장기화로 미국 내에서는 유가 상승과 경제 불안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그는 이번 연설에서 기름값 상승을 '단기적 상승'으로 규정하며 시장 불안 진화에 나서는 한편, 미국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강조하며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도 보다 분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석유가 거의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더 이상 이를 미국이 책임져야 할 '공공재'로 보지 않겠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해협 관리 책임을 주요 수입국에 넘기려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다자 틀 안에서 외교·군사 채널을 통해 소통과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2일 영국 주도로 '호르무즈 개방'을 주제로 한 외교장관 화상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일본, 인도,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40여 개국이 참여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회의에서 외교적·경제적 수단을 포함한 압박을 총동원해 "해협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이란의 해협 봉쇄 조치로 약 2000척의 선박과 2만여 명의 선원이 고립된 상황이 공유됐다. 아울러 항행의 자유 회복과 선박 안전 확보를 위한 공동 대응 체계 구축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이번 회의와 별도로 군사 전략가 회의도 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선박 운항에 위협이 되는 해저 기뢰 제거와 고립 선박 구조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에 앞서 프랑스 주도로 지난달 26일 열린 호르무즈 해협 관련 35개국 군 수뇌부 화상회의에도 참여했다. 당시 회의는 미국의 군사작전과는 거리를 두면서, 전투 이후 해협을 어떻게 재개방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 군 당국은 구체적인 파병 논의가 아닌, 정보 공유와 공조 체계 점검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외교·군사 채널이 가동되면서, 중동 사태 이후를 염두에 둔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안을 각국이 선제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이다.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미국을 제외한 다자 차원의 접근이 이란과 직접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란도 '생명줄'인 호르무즈 해협 카드를 끝까지 쥐고, 새로운 프로토콜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2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위한 새로운 프로토콜을 오만과 함께 마련 중"이라며 "앞으로는 연안국과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이전의 규칙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기존 통행 질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국제 관습법상 보장돼 온 '무해통항권'을 사실상 재해석하는 것으로, 해협의 성격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란이 통행 비용을 부과하는 구상도 구체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일 이란이 유조선 통과 시 배럴당 약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중국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달러 대신 위안화와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는 방식은 제재 회피와 동시에 중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란 측은 선박 운영사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중개사를 통해 선박 정보와 화물 명세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별로 서로 다른 조건을 적용하는 방식도 함께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관련 관리 계획안을 승인한 점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외교가 안팎에서는 미국의 '거리 두기'와 이란의 '통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유럽과 아시아국 간 다자 협의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뚜렷한 해법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도 일단 미국과 이란 협상의 향배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기류가 더 강하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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