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손상' 탐구하는 軍, '죄책감 관리'까지 나선다
군사적 승리 뒤에도 남는 상처…장병 '심리 후유증' 관리 나선다
전투 전 윤리교육·전투 후 회복 프로그램까지…심리관리 체계화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군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에서 비롯된 장병들의 죄책감과 윤리적 충격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을 넘어 '올바르게 싸워 이기는 것'이 중요해진 현대전의 흐름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2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육군은 최근 전투에서 적을 사살하거나 민간인 피해를 목격한 이후 발생하는 심리적 후유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착수했다. 기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중심 대응에서 나아가 '도덕적 손상' 개념을 정책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덕적 손상은 전투원이 옳다고 믿어온 기준과 실제 행동 사이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상처를 의미한다. 단순한 공포나 충격이 아니라 '나는 옳은 행동을 했는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되는 죄책감과 수치심이 특징이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이미 참전 군인을 대상으로 별도의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군이 도덕적 손상 개념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배경에는 전쟁 양상의 변화가 있다. 최근 전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실시간 영상 등을 통해 작전 수행 과정이 즉각적으로 전 세계에 공유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또한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작전은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군사적 승리를 거두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군 내부에서는 비윤리적 작전이 단기적으로 전투 성과를 낼 수 있어도, 전투원 개인에게는 심리적 후유증을 남겨 결과적으로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투 경험이 부족한 장병의 경우 '사람을 살해한다'라는 행위를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심리적 위축과 사기 저하를 겪고, 이는 전장 수행 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군 소식통은 "현대전에서는 전투원이 물리적 생존뿐 아니라 심리적·윤리적 충격까지 동시에 겪는다"라며 "전투를 끝내고도 전쟁이 끝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할 몫으로 남겨둘 수 없다"라고 말했다.
군은 도덕적 손상을 체계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표준화된 척도 개발과 예방 프로그램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충돌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전 심리교육과 사후 회복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전주기 관리 체계' 구축이 목표다.
다만 군이 도덕적 손상 개념을 공식 제도에 반영할 경우, 전투 행위의 정당성과 책임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군 내부에서는 "작전 수행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라는 우려와 "장병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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