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관세 1년] 동맹 구조 바꾼 트럼프…'거래 외교' 기세 여전
한미, '가치 동맹'에서 '거래 동맹'으로 관계 근본적 변화
'통상·안보' 함께 영향…핵잠·원자력 협력은 지지부진
- 노민호 기자,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정책을 전격 발표한 지 1년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동맹과 우방과의 관계가 균형적이지 못해 미국의 손해가 크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대적인 관세 정책이 '다시 강해져야 하는' 미국의 해방을 위한 것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다. 이렇게 시작된 트럼프식 '거래 외교'로 한미동맹은 통상·안보 분야 등에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하며,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 기본 관세를 적용했다. 주요국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했는데 관세 폭탄을 피하지 못한 한국은 총 25% 부과 대상이 됐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태였지만, FTA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90일간의 유예 기간 동안 한미는 지난한 줄다리기를 했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당시 한국은 12·3 비상계엄 여파로 제대로 국정 운영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과 제대로 된 교섭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도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데 한몫했다. 특히 관세 문제에 이어 국방예산 인상 요구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안보 지평의 변화까지 동시에 제기되며 일순간 한미동맹 전체가 삐걱거리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는 "우리가 제공하는 막대한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고, 일본을 향해서는 '버릇이 나쁘다'라고 언급하며 거래적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오직 숫자로 말하는 철저한 국익 중심의 협상 태도는 전통적으로 '가치 동맹'을 강조해 온 미국 외교의 궤도 이탈이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발 빠르게 정상외교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관세 협정이 조속히 타결돼야 한다"라는 데 뜻을 모았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두 달여 만인 지난해 7월 30일(현지시간) 한미 관세 협상을 큰틀에서 합의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각론에서 또 이견을 보이면서 한미의 최종 합의는 10월이 돼서야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맞춤형 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저격하는 외교를 선보였다. 8월에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선 그를 한반도의 '피스(Peace) 메이커'라고 추켜세웠고, 10월 경주에서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에선 금으로 제작한 신라 금관 모형을 선물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왕'처럼 대우했다. 이와 동시에 공개적으로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협력을 요청하면서 '거래 외교'에 보조를 맞추는 담판형 외교도 선보였다.
관세에 이어 불거진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는 '자주국방'이라는 국정 계획에 맞춰 큰 무리 없이 대응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미국은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맞출 것을 요구했는데, 이를 전시작전통제권의 임기 내 전환과 핵잠 도입,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등으로 대응하면서다.
이같은 한미의 짧지만 굵직한 합의는 지난해 10월 경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도출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명시됐고, 이는 하나의 '보증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또는 조정에 협력한다는 합의 내용도 명시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지난 2월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 관련 입법(대미투자특별법) 지연을 문제 삼으며 관세를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핵잠·원자력 협정 협력을 위한 실무협의에는 미온적으로 나서고 있다.
핵잠·원자력 협의를 위한 미국 측 실무 협상단의 방한은 당초 올 1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2월, 3월로 계속 미뤄졌고 아직도 구체적인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중동사태가 주원인이라고 하지만, 중동사태는 미국의 공습으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달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추진한 전 세계적인 상호관세 정책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따라 다시 글로벌 관세를 부과했고, 지속 기한이 150일에 불과한 무역법 122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지난 12일 한국과 일본 등 1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개시했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는 자국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의 불공정 행위 등이 있을 경우, 관세 부과 등 제재 조치를 '무한대로'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히려 리스크가 커진 상황으로 보기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동맹의 거래화'로 표현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가 한미동맹의 근간을 바꿨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공동의 가치와 전략적 이해를 기반으로 한미 간 협력이 이뤄졌다면, 현재는 각 사안마다 비용과 보상을 따지는 '계약적 관계'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이는 당분간 한미관계가 '안정성'과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이중 구조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동맹의 규칙이 많이 틀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의를' 깨고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에 경제·안보 등에서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지 못하고 불이익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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