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수출 넘어 '협력 강화' 위한 군 차원의 후속지원 방안 마련해야"

후속군수지원, 안보 의존도 높여 국방 협력·전쟁 억지력도 제고
佛·英 맞춤형 협약 참고해 '한국형 FMS' 제도 마련 제언

대한민국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SS-Ⅲ). 2026.3.25 ⓒ 뉴스1 윤일지 기자(해군잠수함사령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최근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 성과가 커지면서 구매국들의 기술지원, 정비 지원 등 후속군수지원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군 차원에서 후속군수지원 확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산 수출이 단순히 무기체계 판매를 넘어 구매국의 안보 의존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 국방·안보협력 강화를 동반하는 만큼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후속지원 제도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산 후속사업, 군이 직접 나서달라는 요구 커지고 있어"

27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국방연구원 진아연 선임연구원과 최공영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 방산 수출의 후속군수지원 정책 발전 방향'이란 국방논단 기고문에서 이같은 정책 방안을 제언했다.

연구진은 "방산 수출 후속군수지원은 단순히 방위산업 촉진 관점뿐만 아니라 여러 안보적 가치를 갖고 있다"면서 "협력국들의 대(對)한국 안보 의존도를 높여 국방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외교·안보적 영향력을 강화해 한반도 내 전쟁억지력을 높일 수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간 후속군수지원 업무는 방산업체와 구매국 간에만 이뤄졌지만 신뢰성, 안정성 등의 이유로 방산업체가 아닌 우리 군이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면서 "군이 보유한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군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협력국과 방위산업계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인 대비책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KF-21 '보라매' 양산 1호기. 2026.3.25 ⓒ 뉴스1 이재명 기자
"'종합 지원 체계' 갖춘 美 FMS 참고해야"

연구진은 앞으로의 후속군수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oreign Military Sales·FMS) 제도를 참고 사례로 들었다.

FMS 제도는 자격을 갖춘 외국 정부가 미국 정부로부터 방산물품과 서비스, 훈련을 구매하는 프로그램으로, 무기체계 판매를 넘어 장비운용, 유지보수 등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어 구매국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FMS 제도에서 후속군수지원 업무는 미국 국방부의 지침과 제안을 통해 국방안보협력본부 및 각 군 물자사령부, 정비창 등이 협력해 맡는다. 후속군수지원은 구매국을 위한 별도의 보급지원 조직이나 절차를 통하지 않고,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보급 지원 조직과 절차를 그대로 적용해 이뤄진다.

연구진은 "FMS로만 구매할 수 있는 대상품목이 정해져 있고 법적 규제, 각 군의 정책·지침·규정 요구사항, 정부 간 협정, 미군의 상호운용성 및 안전 요구사항에 따라 정해지고 이는 FMS를 기술 보호적 관점에서 활용하려는 의도를 볼 수 있다"면서 "대외군사차관을 통해 구매 자금을 조달할 경우 등엔 FMS 방식으로만 구매하도록 제한하는 등 자국 보호적 관점이 강하게 투영된 제도"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미국이 첨단기술 고성능 장비를 판매하면서 이를 운영·유지할 수 있는 중진국 이상 국가들을 주로 상대하고, 민간과 군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FMS 제도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미국은 최첨단 장비가 대상 품목인 경우가 많아 구매력이 높고 후속군수지원에 대한 역량과 기대 요구가 높은 국가가 구매국인 경우가 많다"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FMS를 통해 구매국과의 신뢰를 구축하고 동시에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 성능개량·개선 가능성 확보와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FMS는 협력국의 안보 지원이라는 의의도 있지만 첨단무기 개발 및 운영유지 비용을 협력국과 함께 분담해 효율을 내는 중요 수단"이라며 "기본적으로 기술 보호적 관점을 갖고 있지만 국제적 영향력과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이미 구축된 국내외 인프라 투자 및 유지비용을 분담하는 이점을 가지고 있어 이를 한국의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K9 자주포. 2025.8.5 ⓒ 뉴스1(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연구진은 미국과 한국의 주요 수출장비와 구매국의 특징, 군수운영환경 등에 차이가 있어 당장 미국의 FMS 제도를 차용하기는 쉽지 않다고도 진단했다.

연구진은 "우리의 수출 전략은 구매국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기술력보다 납기일과 가격 면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어 가성비와 자국 산업 발전에 초점을 두는 구매국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재정적 제약과 투명성을 최우선 하는 기조로 인해 민군 협력을 활성화하거나 제도적 유연성을 확장하는 데 제한적인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진은 단기적으로 방산 수출 강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양해각서(MOU), 협약을 통해 상대국에게 맞춤형으로 후속군수지원을 제공하는 사례를 우선 참고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같은 후속군수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산시장 점유율 2위인 프랑스는 벨기에와 지상기동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방산수출 계약을 넘어 작전교리 개발, 훈련 및 교육, 정비 지원을 포함하는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3위인 영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정을 체결해 무기를 수출하면서 사우디 주둔 영국군을 통한 멘토링, 훈련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