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식 요청 시점, 중동 전황이 '호르무즈 파병' 좌우…외교력 절실

이번 주 '호르무즈 연합' 윤곽 가능성…韓 시간 많지 않다
日 참여 여부·中 입장 변수…2020년 '독자 작전' 재현도 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대치 가능성이 커진 호르무즈 해협에 이익이 걸린 국가들의 군함 파견을 요청하면서 한국이 또 하나의 외교적 과제를 받아안게 됐다는 평가가 16일 나온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편을 들어 중동전쟁에 참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외교적 부담과 파장이 상당히 큰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군함 파견을 요청한 국가는 한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모두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한국과는 유사입장국 차원에서 긴밀한 공조를 해온 국가들이다. 요청을 받은 국가들 중 이를 선뜻 받아들인 국가는 아직 없다. 각국이 개별적으로 미국 및 나머지 4개국과 '물밑 소통'을 하면서 분위기를 살피는 상황으로 보인다.

외교부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 행정부 차원의 공식 참여 요청은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났을 때도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미 행정부의 공식적인 '청구서'가 제시될 때까지 우리 군함 파견에 대한 어떤 의견도 내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에서의 활동 방식과 목표가 정확하게 들어간 미국의 공식 요청이 제기된 후에야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서 언급한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라며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하면서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 주목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아직 이 사안을 한미 간 '공식 안건'으로 다루지는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일본 역시 외무성을 통해 "일본은 자국의 대응을 스스로 결정하며 독자적인 판단이 기본 원칙"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2025.10.28 ⓒ AFP=뉴스1
한국, '고민의 시간' 많지 않다…트럼프·다카이치 대면에 주목

하지만 한국이 고민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주 안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을 호위하기 위한 '연합체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선박 호위 작전의 개시 시점이 호르무즈에서의 이란의 '적대 행위' 중단 이전인지 이후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전했지만, 미국이 가급적 빠르게 연합체를 구성해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기조임은 엿볼 수 있는 보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공동 작전'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란과의 전쟁을 길게 끌고 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한국에게도 곧 강경한 수사를 담은 공식 요구가 전달될 수 있는 분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한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 가운데 가장 높은 국가임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기뢰 제거 능력, 즉 '소해'(掃海) 작전 역량이 뛰어난 국가로 평가된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면전에서 공식 참여 요청을 던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다카이치 총리가 소해정 투입 등을 통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 한국에게 부과될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일본이 호르무즈 연합체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히면, 한국이 빠진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호르무즈 해협 이미지. ⓒ 로이터=뉴스1
2020년의 'IMSC 불참·독자 작전' 재현?…中 '변수'도 주목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상의 결과물(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파기하면서 발생한 중동 긴장 때도 아덴만 일대에서 활동하던 청해부대가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해 한국 선박을 호위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는 미국이 주도하던 협의체인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공식적으 참여하지 않고, 청해부대의 '독자 작전'의 지역을 넓히는 우회적 방식을 선택했다.

정부는 이번에도 2020년 사례를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당시에도 제기됐던 국회의 동의를 받는 문제 등 반대 여론은 이번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시엔 미국과 이란이 무력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2020년식'으로 대응하는 것 역시 한국이 결과적으로 '참전국'이 되는 것을 막진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4개국 가운데 중국의 입장도 변수로 꼽힌다.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이 함께 움직일 경우, 국제 정세는 파병 문제를 넘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적대행위 중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달 말 방중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 해협을 통해 석유의 90%를 얻고 있어 도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입장이 분명하지 않다면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예정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연기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