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조지아주 사태 겪었는데…중동 공관장 3분의 1이 공석
전직 고위 외교관 "30% 공석은 전례 없는 일…소통 라인 부재"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서의 우리 국민 구금 사건과 캄보디아 스캠(사기) 사건 때도 지적된 재외공관장의 부재가 중동사태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9일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중동 지역 19개 공관 가운데 6곳의 공관장이 공석이다. 비율로는 약 30%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이집트, 알제리, 튀르키예의 대사직이 비어 있으며, UAE의 경우 두바이 총영사 자리도 공석이다.
지난달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 이후 미군기지 등이 위치한 바레인, 쿠웨이트, UAE, 카타르 등은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았다. 다행히 현재까지 우리 국민이 입은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현장 지휘관이 부재해 정부가 중동 국가들과 적절한 소통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교가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중동 정세에 대한 현장 판단과 대사급 차원의 각국과의 정보 교환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9개월이 지났는데 중동 지역 공관장 자리의 30%가 비어 있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비상 상황에서 비행·출국 허가 등 주재국의 협조를 얻으려면 공관장이 있어야 상대국 고위급 인사에게 신속히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런 라인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관장은 비상 상황에서 본부가 세심하게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전달하며 국장, 차관보, 차관급에 대응을 요청하는 역할도 하는데 현재는 그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지역의 경우 대체로 4~5명의 소수 인력으로 운영되는 공관이 대부분이다. 특히 공관장 역할을 대신하는 인사들은 직급이 높지 않은 데다 비상 상황 대응 경험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동 지역 공관장 공백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발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공관장 인사가) 준비되고 있다"며 "곧 임명돼 부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복수의 공관장에 대한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주재국의 사전 동의) 절차가 진행 중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아그레망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현재 공석인 6개 공관장 자리가 모두 채워지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이러한 '늦장 대응'은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005380)·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 당시 주애틀랜타총영사직이 공석이어서 주워싱턴총영사가 대신 투입됐던 사례와도 겹친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온라인 스캠(사기) 사건 때도 주캄보디아대사가 공석이었다.
현재 주캄보디아대사와 주애틀랜타총영사엔 각각 김창룡 전 경찰청장과 이준호 전 주미대사관 공사가 임명됐다.
현재 외교부 안팎에서는 인사 발령 전 무보직 대사급 외교관이 상당수 본부에서 업무를 보는 상황에서 대사 인선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직접 낙점하는 특임 공관장을 염두에 둔 인사의 '퍼즐'을 맞추는 과정에서 관련 절차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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