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장기화하면 美 '지원 청구서' 날아온다…'파병' 가능성까지 제기

과거 美의 중동 군사작전마다 비전투 지원한 韓
석유 의존·국교 고려 제한 지원 전망…청해부대 해상지원도 거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0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8일째에 접어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란을 향해 위협 수위를 높이는 한편, 유럽 국가들을 향해 협력 요청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도 '지원 청구서'를 제시할 것으로 8일 전망하고 있다.

美, 이란에 지상군 투입하면…동맹에 지원 요청 가능성 커진다

미국의 지원 요청이 확대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지상군 투입 여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오늘 매우 강렬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란의 행동 때문에 지금까지 공격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았던 지역과 집단도 완전한 파괴와 확실한 죽음의 가능성을 두고 (공격이) 심각하게 검토되고 있다"라고 밝혀 공세를 더욱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번 전쟁은 이란을 겨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광범위한 공습, 이란의 이스라엘 및 주변국의 미국 군사·외교 시설에 대한 보복이 반복되며 전황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란이 보복 공습과 함께 버티기식의 방어·지연 전략을 구사할 경우 미국이 공중·해상에서의 공세만으로 중동 상황을 단기에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미군 주요 자산의 위치를 이란에 전달하며 후방 지원하고 있어 미국이 이란을 빠르게 제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미군 장병 유해 귀환식에 참석한 뒤 플로리다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전용기) 안에서 미군 지상군의 투입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적절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아주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면서 "만약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이란은 너무 큰 피해를 입은 상태로 지상전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 확보를 위한 지상군을 투입 가능성에도 "그것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며 "어느 시점, 나중에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그것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지상군 투입 문제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최근 미국의 주요 전쟁에서 지상군으로 활약한 공수부대가 최근 대규모 훈련을 돌연 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부대가 전격 이란에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 육군이 최근 제82공수사단의 루이지애나 훈련을 진행하면서도 사령부 인원들은 본부 대기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82공수사단은 약 4000~5000명 규모로 △공항 등 핵심 인프라 장악 △미 대사관 경비 △긴급 대피 지원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즉각 대응 전력이다. 이 부대는 2020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지휘관 제거 작전 전 이라크 바그다드의 대사관 경비 강화 임무,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 등 중동 작전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비전투 파병'으로 미국 도왔던 韓…청해부대의 호르무즈 작전 가능성도 제기

미국은 우선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촉구하는 방향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에서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국가들이 이란과의 전쟁에 도움을 줬다면서도 지원을 거부한 영국과 스페인을 향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등 유럽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미국의 이란 공습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공군기지 이용을 허가하는 등 간접 지원하면서 외교적으로 중동 상황을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미국이 중동에서 군사작전을 진행할 때마다 한국에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원은 그동안 비전투 분야에서의 파병이 주를 이뤘다.

한국은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의료지원단과 항공수송단을 파병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자이툰 부대, 2010년 아프간 전쟁에 오쉬노(Oshino) 부대를 각각 보냈다. 이들 부대는 파병 지역의 치안 및 재건, 의료지원 임무를 맡았다.

한국의 경우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의 중동 의존도가 높고, 이란과의 국교 등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향후 병력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과거의 사례보다도 더 제한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선 아덴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적 대응 및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청해부대가 미국을 '지원'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에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보호하거나 해상 수송로를 안정화하는 임무에 참여를 요청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걸프 해역과 인근에 발이 묶인 선박은 약 1000척으로, 선적 화물 가치는 총 약 250억 달러(약 3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해상을 봉쇄한 데 이어 유조선에 대한 무력행사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미국과 이스라엘이 해상·공중 포격에 치중하면서 탄약 소진이 급격화 하면서 군수지원 요청도 제기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주한미군의 유도폭탄이나 일부 방공무기체계를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전쟁 장기화 시 한국의 무기체계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국내 주한미군 전력의 중동 반출 여부를 묻자 "작전 보안상 이유로 특정 군 자산의 이동 및 재배치, 또는 잠재적 재배치 가능성을 언급할 수 없다"라고만 답했다.

아울러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동맹의 도움을 받겠다는 미국이 한국에 군사적·비군사적 지원이나 협력을 요청한 게 있는가'는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없었다"라고 답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