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열병식' 대신 군사 도발? 北, ICBM 시험발사 가능성은

北 열병식, 전략무기 공개 없이 끝나…'대외 선전'보단 '내부 결속'에 방점
南 겨냥한 신형 방사포 등 도발 가능성 제기…북미 대화·한미 훈련 변수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25일 제9차 노동당 대회 폐막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군 열병식에서 장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북한이 제9차 노동당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전략무기 공개 없이 조용히 치른 대신, 곧 군사 도발을 통해 핵무기의 '실전적' 위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27일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만약 북한이 무력 도발을 한다면 스스로 여지를 둔 북미 대화 가능성을 고려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단 한국을 사정권에 둔 방사포와 단거리 전술핵미사일 등을 활용한 도발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추후 북미관계의 전개 양상에 따라 북한이 전략무기의 시험발사를 대미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北 열병식, 무기 공개 없이 끝나…'대외 선전'보단 '내부 결속'에 치중

북한은 지난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병력 1만 5000여 명을 투입해 열병식을 진행했지만, ICBM을 비롯해 전략무기와 장비를 일체 동원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극초음속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인 '화성-11마' 등 12종·60여대의 장비를 공개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총비서는 집권 이후 선대에 비해 자주 열병식을 거행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무기체계를 반복적으로 공개해 왔다"라며 "당 대회는 대외 선전보단 내부 결속용 행사인 점,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이미 신형 무기를 공개한 점 등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가 헌법에 반영됐다는 내용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핵무력+상용(재래식)무력 병진 노선' 구상을 공식화하며 미사일 중심의 전략무기체계 개발을 지속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더욱 강력해진 지상 및 수중 발사형의 ICBM 종합체' 개발 계획을 제시하면서 "공화국 핵억제력 구성 부분의 신뢰성과 효과성을 지속해서 시험하고 그 위력을 과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전쟁억제력의 책임적 행사"라고 주장했다. 이는 육상 기반 ICBM뿐만 아니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ICBM 체계 개량을 통해 미사일의 수를 늘리고, 군사 도발을 상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최고지도자의 결정인 만큼, 북한이 당 대회를 마무리한 직후부터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오는 3월 9일부터 한미의 상반기 정례 연합연습인 '자유의 방패'(FS)가 예정돼 있어, 북한이 이를 기점으로 무차별적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북한은 한미의 정례 연합연습과 각종 훈련을 '북침 연습'이라고 비난하며 반발성 도발을 자주 단행해 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ICBM은 '만지작'…南 겨냥한 신형 방사포 도발 가능성은 크다

전문가들은 만약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선다면 미 본토 타격용으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ICBM 대신 대남용 방사포와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더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오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북미 대화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전엔 고강도 도발을 자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앞서 북한은 이번 당 대회 개최 직전인 지난 18일 평양에서 신형 600㎜ 대구경방사포 250발을 동원한 위력 시위를 진행했다. 김 총비서는 당시 "우리는 지속해서 지정학적 적수들이 불안해할 국방 기술의 성과들을 계속 시위할 것"이라고 말해 군사 도발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SRBM으로 분류되는 북한의 신형 600㎜ 방사포는 사거리가 400㎞가량으로 사실상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유도 기능을 갖춘 신형 240㎜ 방사포의 경우 전방지역 및 서울 등 수도권을 겨냥하는 무기로 볼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당 대회 때 김정은의 발언을 보면 남한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 반면,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은 거의 없다"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ICBM이나 핵실험 같은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작지만, 국방 발전 5개년 계획 수행 등 내부 상황에 따라 방사포 등을 동원한 도발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또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상황에선 반드시 무력시위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자유의 방패' 연습 기간에 단·중거리 미사일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면서 "ICBM 등 고강도 발사도 대화 재개를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