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탕알도 총알도 다 있다"…독보적 '김정은 시대' 선언한 北

9차 당 대회서 '사탕·총알' 언급한 김정일 교시 뒤집어
성과·자신감 부각하는 北…북미·남북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요원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이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선대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를 상징하던 "사탕알은 없어도 총알은 있어야 한다"는 구호를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당 대회는 명실공히 '김정은 시대'의 공고화를 알리는 계기라는 평가가 24일 나온다.

"이제 사탕과 총알 다 필요하다"…국력 성장 '자신감' 과시

리일환 노동당 선전비서는 지난 22일 열린 당 대회 4일차 회의에서 김정은을 당 총비서로 재추대하는 안건을 제의하며 "드디어 국방이 선차냐, 경제가 선차냐 하는 문제 자체를 논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사탕알은 없어도 총알은 있어야 한다는 인민의 신념이 이제는 사탕알도, 총알도 다 있어야 하며, 우리는 결심하면 무엇이든 모두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승화됐다"라고 주장했다.

'사탕알은 없어도 총알은 있어야 한다'는 표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교시'로 널리 알려진 말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의 경제난 속에서도 국방력 강화를 우선순위로 내세우며 미사일과 핵 개발에 집중했던 김 위원장의 통치 이념을 담은 말이다. 사탕알은 민생 경제, 총알은 군사력을 뜻하는 말로 "배가 고파도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다.

리 비서가 '양자택일'의 논리를 내세운 선대 지도자의 교시를 뒤집은 것은, 북한의 국력 성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제 원하는 모든 것을 추구할 수 있는 국력과 대외 환경을 조성했음을 뜻한다. 동시에 김정은 총비서가 선대의 후광을 완전히 벗어난 지도자의 입지를 구축했음을 부각하는 말이기도 하다.

북한은 '사탕보다 총알을'이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교시를 그간 '철의 의지'로 묘사해 왔으나, 이번 당 대회를 기점으로 김 총비서가 선대의 그림자를 벗어나 '김정은 시대'라는 독보적 체계를 완성했음을 선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김 총비서가 지난 2022년 10월에 처음 제기한 '새 시대 5대 당 건설 노선'을 '항구적으로' 노동당 규약에 반영하는 당 규약 개정 조치가 있었다. 이 역시 독보적인 '김정은 체제'를 수립한다는 의미로, 선대의 교시를 뒤집는 리 비서의 발언이 나올 수 있는 근거 조치가 됐다는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보여준 것 중 최고 수준의 자신감"이라면서도 "다만 선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유훈을 토대로 자신이 앞으로의 미래를 완성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5년간의 성과를 기반으로 국방과 경제 성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라고 평가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제9차 노동당 대회 4일차 회의.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성과·자신감 부각하는 당 대회…북미·남북 대화 가능성 더 작아져

전반적으로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김정은 체제 완성'과 국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대외 메시지의 부재로 이어지는데, 북한이 당장 외부에 '손'을 내밀 이유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북한이 당 대회에서 이미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새 대외노선에서도 한미를 향한 전향적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남북 대화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월 방중을 계기로 가능성이 제기되는 북미 정상회담 혹은 소통 가능성도 여전히 작아 보인다.

임을출 교수는 "무언가 결핍이 있을 때 외부와의 대화 수요가 생기는데, 지금은 그런 필요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북한이 당분간 내부 결속과 국방력 고도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