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넘은 '제주4·3' 박진경 국가유공자 논란…'2말 3초' 결론 전망
보훈장관 '신청 자격' 거론…등록 취소·보훈심사위 상정 유력
엇갈린 평가·'무공훈장' 공적 자료 부재…보훈심사 난항 예고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국가보훈부가 이르면 이번주 '제주 4·3 사건' 당시 민간인 강경 진압 의혹을 받는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여부를 발표할 전망이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보훈부는 내부 법리 검토를 마무리하고 최근 취합한 외부 법률 자문을 토대로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여부를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3월 첫 주 발표할 계획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법리 검토를 하고 외부 법률 자문을 요청해 회신을 받은 상황"이라며 "곧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마무리 단계"라고 설명했다.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논란은 보훈부가 지난해 11월 국가유공자 증서를 발급하고, 12월 제주4.3 유족 단체 등의 반발이 잇따르며 불거졌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등록 취소 검토를 지시했다.
앞서 보훈부는 지난해 10월 20일 박 대령 유족의 신청을 받아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7호를 근거로 같은 달 30일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다. 해당 조항은 무공수훈자의 국가유공자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6일 국방경비대 제9연대장으로 부임해 같은 해 6월 18일 부하에게 암살당할 때까지 한 달여간 제주도에서 좌익 무장대 진압 작전을 지휘했다. 정부는 박 대령 암살 2년 후인 1950년 12월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제주 4·3 사건 유가족 단체 및 관련 시민단체들은 박 대령이 무장대 진압 작전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을 체포 및 구금, 고문 취조하는 등 강경 대응해 사건 초기 '학살 주범'으로 지목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박 대령 측은 그가 무자비한 민간인 학살과 무관하고, 좌익 무장대와 제주도 민간인을 분리하는 선무공작에 중점을 뒀다며 맞서고 있다.
보훈부가 박 대령의 기존 국가유공자 등록 결정을 취소하고, 재신청 접수 또는 기존 신청을 보훈심사위에 상정해 심의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가유공자 등록은 기본적으로 '신청주의'다. 국가유공자 등록은 국가유공자법 4조에서 규정한 유공자 본인과 △배우자 △자녀 △부모 △부양이 가능한 성년 자녀 또는 손자가 없는 조부모 등의 등록 신청이 있어야 한다. 이 외 친척(국가유공자법상 신청 자격이 없는 제3자) 등이 등록신청을 할 경우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박 대령의 경우 양손자가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해 보훈심사위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보훈부는 박 대령의 무공훈장 서훈 사실과 범죄경력 조회만을 진행하고 국가유공자 증서를 발급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무공수훈자 자격으로 국가유공자를 신청하면 서훈 사실과 범죄경력 조회 등 절차를 거치고 보훈심사위를 열지 않고 관행적으로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유공자 지정 신청은 직계 자녀와 부모만 가능한데, 박 대령의 경우 손자가 신청해 애초에 신청 자격이 없었다"며 "손자에게는 신청 자격이 없는 만큼 일단 그 절차를 취소하고, 보훈심사위에 안건을 올려 이 문제를 다시 심의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령 유족은 보훈부가 앞선 국가유공자 등록 결정을 취소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원고(박 대령 유족)에게 법원 판단을 받기에 적합한 자격이 있는지(당사자적격)부터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 대령 유족에게 국가유공자법상 등록 신청 자격에 하자가 있어 발생한 처분 취소 결정일 뿐만 아니라, 행정 소송을 통해 유족이 얻을 법상 실익(보훈급여금 등)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또 박 대령의 보훈심사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중단된다.
보훈부가 박 대령에 대한 기존 결정을 번복하고 보훈심사에 나서더라도 국가유공자 등록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박 대령이 받은 을지무공훈장의 서훈 배경과 경위에 대한 자료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 앞으로의 심사 과정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록원 보존자료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전 사망한 박 대령은 1950년 12월 '6·25 참전 유공'을 이유로 훈장을 받았다.
보훈부는 박 대령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국방부에 박 대령의 서훈 사유 확인을 요청했으나 국방부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국방부는 박 대령 공적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 4·3사건 당시 미군정 기록까지 함께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 사망 이후 사건 관련자들이 내놓은 진술과 증언들이 상반되는 상황도 심사 과정에 암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3년 발간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령의 전임자인 김익렬 연대장은 박 대령이 "폭동사건(제주 4·3사건 지칭)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박 대령을 암살한 손선호 하사는 자신의 재판에서 "30만 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작전 공격은 전 연대장 김익렬 중령의 선무 작전에 비해 볼 때 그의 작전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국방부 군사편찬위원회는 '한국전쟁사'에서 박 대령이 "선무공작으로 주민들의 민심을 돌리기 위해 단위 대장에게 선무공작을 강조했다"고 서술했다.
또 박 대령 휘하에서 근무한 고(故) 채명신 장군은 2001년 "박 대령이 양민을 학살한 것이 아니라 죽음에서 구출하려고 했다"면서 "폭도 토벌보다 입산 주민들의 하산에 작전 중점을 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박 대령에 대한) 실체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훈 심사에 들어가면 신청자 청문, 역사학계 자문, 제주 현지 조사 및 지역 주민 조사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의에 들어가면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면서 "등록 취소 여부 결정 이후 형평성을 고려해 박 대령과 같은 유사 사례에 대한 대응 방안도 곧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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