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특별법' 연구부터 '삐끗'…美 조야 설득·새 협정까지 난제 산적

국방부, 1월 입법 연구 입찰 공고…입찰자 미성원 따라 유찰
2월 말~3월 초 美 대표단 방한 주목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9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국방부가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에 앞서 군사용 원자력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연구에 착수했지만 초기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가 지난 1월 27일 공고한 '안정적 핵잠 사업 추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연구' 용역 발주 사업이 입찰자 미성원에 따라 지난 9일 유찰됐다.

국방부는 △안정적 국가 재원 투입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핵잠 사업 전담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설치 근거 마련 △군사용 원자력 안전규제, 안전조치, 보안, 방사성 물질 관리 체계 마련 △대미 방사성 연료 협상,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응 등 군사용 무기 체계 획득 간 새 업무 분야의 합법적 절차 마련 등을 연구 목적으로 설정했다.

핵잠 특별법 제정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규제를 우리 손으로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은 197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면서 원자력의 군사적 활용이 제한됐다. 방위사업법, 원자력안전법 등 현행 법령은 애초 군사적 측면에서의 원자력 사용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것이 아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원자로와 핵연료 등 핵잠의 특수 요소들을 관리하는 규정이 현재 없다"면서 "핵잠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 근거 마련을 추진하고 있고, 상반기 중 국방부 주도로 입법 절차를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국방부가 이번 용역 발주에서 설정한 연구 과제는 국내외 법령 분석부터 예산 추계, 핵잠 특별법의 산업 시장 파급 효과, 핵 폐기물 처리에 대한 주민 수용성 분석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일부에선 많은 연구 과제에 비해 결과물 제출 시한이 촉박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제안요청서에 정부안 입법 시기를 고려해 오는 3월까지 법 전문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는데, 2월 초순 입찰 종료 후 사실상 1달 만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법 전문을 제시하라는 것은 무리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미국 해군 로스엔젤레스급 핵추진잠수함 '그린빌함'(SSN-772·6900톤급). 2025.12.23 ⓒ 뉴스1 윤일지 기자

현재까지 한미 양국이 핵잠 건조를 두고 도출한 합의 또는 결과가 구체적이지 않은 것도 입법 연구 시도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특별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한미 양국의 협정과 그 결을 같이해야 하고 미국의 동의 없이 핵연료 또는 핵잠의 심장인 원자로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의 핵잠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 11월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JFS)를 통해 한국의 핵잠 건조 및 원자력 협정 개정·조정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실무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미국의 범정부 대표단이 이르면 이달 말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가 돼야 비로소 핵잠 건조를 둘러싼 양국의 본격적인 실무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월에 각 부처를 망라한 미국 측 대표단이 한국에 온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원자력 협정, 핵잠, 조선 협력 등 3가지 이슈에 대해 빠르게 협상을 진행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4 ⓒ 뉴스1 임세영 기자

양국의 실무협의는 한국형 핵잠 건조를 위한 별도 협정 체결 방향 논의와 이를 위해 미국이 제공할 핵연료의 종류와 용량 등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새 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미국 의회 등 워싱턴 조야를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한국 정부의 핵확산 방지 의지 재확인, 핵잠 도입을 통한 한미 양국의 안보 강화를 설득하는 작업이 있어야 새 협정에 대한 미 의회의 비준 동의을 받아낼 수 있다.

최근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4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에 잠재적 핵 능력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비확산 노력을 약화할 것"이라며 "양국 간 원자력 협정은 한국이 미국 기원 핵물질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 등 미국 조야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약화하고, 자연스럽게 한미 간 협상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이달 말 실무회담에서 핵잠 도입과 원자력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등 구체적인 협상 타임라인을 제시할 전망이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