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는 감시만, 중대는 타격만"…진화된 軍 해안경계작전 현장[르포]
통합상황실서 '감시-결심' 원스톱
'공간력' 혁신으로 장병 만족도 올라가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0일. 강원 강릉 해안에 위치한 육군 제23경비여단의 기동타격중대엔 해안경계 근무를 서는 병사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감시는 더욱 촘촘해졌고, 상황 발생 시 대응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고 한다.
해안경계의 중심은 대대 지휘소 내 통합상황실이었다. 올해로 창설 5주년을 맞는 23경비여단은 강릉·동해·삼척의 해안경계작전과 통합방위작전을 담당하는 전군 유일의 장성급 해안경계작전부대다. 여단은 지난해 1월 지상작전사령부 최초로 신개념 해안경계체계를 적용한 해안경비대대를 출범하며 기존 해안경계의 틀을 바꿨다.
기존에는 레이더기지와 소초별로 레이더, 열영상감시장비(TOD), 과학과 카메라 등이 분산 운용됐다. 영상은 저화질로 공유됐고, 대대장의 상황 인식과 결심에 한계가 있었다. 수십㎞에 단위로 분산된 소초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컸다.
이제는 다르다. 대대 지휘소에 지휘통제실, 레이더상황실, 감시상황실을 한데 묶은 통합상황실을 구축해 모든 감시자산을 한 공간에서 고화질로 통제하고 있었다. 대대장은 상황실 중앙에서 실시간 화면을 확인하며 '감시-결심-대응(기동타격)'을 원스톱으로 지휘했다.
"00항 동방 3N/M, 미상물체 식별."
부대는 작전수행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자체 상황조치 훈련을 실시했다. 레이더상황실의 보고가 떨어지자, 지휘통제실과 감시상황실이 동시에 움직였다. 고화질 영상으로 식별된 목표를 대대장이 직접 확인하고, 감시장비 각도 조정과 기동타격팀 출동을 지시했다. 상황 전파와 판단, 명령이 한 공간에서 끊김이 없이 이어졌다.
출동 명령을 받은 기동타격중대는 이미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2개 팀, 10여 명의 병력이 장비를 착용하고 총기·탄약을 불출받은 뒤 일사불란하게 현장으로 기동했다. 과거처럼 소초 단위로 흩어져 대응하던 방식과는 달랐다.
23경비여단은 기존 소초 단위로 감시와 타격을 병행하던 중대를 '감시경계중대', '기동타격중대', '전투중대'로 재편했다. 대대 통합상황실 병력을 감시에만 전념하고, 중대 병력은 현장 대응에 특화해 전문성을 키웠다.
부대 개편으로 초급간부(소초장 등)에 과도하게 집중됐던 지휘·감시·타격 임무 부담이 분산됐고, 교육훈련의 효율도 강화했다. 격오지 소초의 경우 소대장(중·소위)이 아닌 중대장(대위)이 직접 지휘하게 되면서 안정적인 부대 관리가 가능해졌다.
임중석 1해안경비대대장(중령)은 "통합상황실에서 대대장이 모든 감시자산을 직접 통제하며 상황을 입체적으로 관리하며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안심하시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완벽한 해안 경계작전을 완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23경비여단은 통합상황실 내 각 기능실을 유리벽으로 분리해 음성 혼재를 차단했고, 영상감시병 휴게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생활·사무·공용공간을 층별로 재배치해 동선을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였다. 공간 구조 자체가 작전 효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통합상황실 한편 휴게실에서는 장병들이 윷놀이와 공기놀이를 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평소에는 보드게임이나 독서하던 공간에 명절을 맞아 전통놀이가 더해졌다. 통합상황실 외부의 장병들도 일출을 보며 새해 다짐을 하거나 생활관에서 덕담을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변화는 '공간력' 혁신의 사례로 평가된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이 전투력 혁신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공간력은 공간 개선으로 장병을 소통·변화·단결하게 하는 힘을 뜻한다. 사람 중심의 병영문화 구현을 위해 하드웨어를 재설계한다는 구상이다.
이중국적자인 권에이든 일병은 "캐나다에 계신 부모님과 얼굴을 보고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고, 윤재원 일병은 "소소하지만 다양한 이벤트 덕분에 전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동타격대 팀장 이후람 중사는 "설 명절에도 국민들이 안심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부여된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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