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차 당 대회서 'NLL 무력화' 명시할 수도…서해 분쟁 가능성 커져"

"영토·영해 조항 신설 공식화…유엔 협약상 '중간선' 주장 가능성"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구축함 '최현'호를 시찰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이 제9차 노동당 대회 이후 헌법에 '영해' 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근거로 국제법을 원용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9일 김태원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 연구기획부장은 '북한의 영토 조항 신설 움직임에 대비한 NLL의 법적 검토' 보고서에서 북한이 제9차 당 대회를 통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당 규범에 명문화한 뒤, 헌법 개정을 통해 영토·영해·영공 조항 신설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를 근거로 서해 해상국경선 획정을 본격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을 두고 이미 영토 조항이 내부적으로 마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북한은 같은 해 10월 헌법 개정 과정에서 관련 조항을 공식적으로 공표하지는 않았다.

김태원 부장은 북한이 최근 사용한 '중간계선해역'이라는 개념에도 주목했다. 김 총비서가 지난해 4월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서 해당 용어를 처음 언급한 점에 비춰, 향후 북한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중간선' 규정을 내세워 NLL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UNCLOS 15조는 인접국의 영해가 중첩될 경우 영해 범위가 중간선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김 부장은 북한이 1953년 이후 약 20년간 NLL을 사실상 인정해 온 관행과,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해상경계선 확정 전까지 기존 관할 구역을 존중하기로 합의한 점을 근거로 국제법상 묵인과 금반언(禁反言)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일방적인 NLL 부정은 법적 설득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김 부장의 평가다.

아울러 북한이 UNCLOS에 서명했을 뿐 비준하지 않아 협약 당사국이 아니며, 국제해양법 조항을 직접 원용할 법적 지위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부장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영토조항 신설 이후 서해를 둘러싼 긴장이 단기적 군사 도발보다 법적·외교적 전선에서 부각되고, 북한이 국제법적 논리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한국에게도 유리하지 못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서해 문제가 남북 간 군사 관리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분쟁 사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논의가 일반 국제해양법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순간 NLL의 법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협상이나 중재 절차가 장기화할 경우 서해가 사실상 분쟁수역으로 고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김 부장은 정부가 평화 공존과 대화의 문을 열어두되, 서해 문제를 인접국 간 해양경계 분쟁으로 다루려는 접근법에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상에서의 남북관계는 정전협정이라는 특수한 법적 틀 속에서 규율돼야 하며, NLL은 정전협정 체제 하에서 70여년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해 온 실효적 경계선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선제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평화 지향적 정책과 NLL 수호는 상충하는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정전협정 체제의 안정적 유지 속에서만 서해의 현상 유지와 한반도 평화 관리가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일방적인 해상국경선 선언 가능성에 대비해 국제법적 대응 논리를 사전에 정교화하는 동시에 대화와 긴장 관리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대응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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