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총선 승부수 던진 다카이치 압승…'개헌'땐 한일관계 긴장(종합)

자민당 최대 328석 전망…전후 단일 정당 최다 기록 가능성
다카이치 '강한 일본' 구상 가속…자위대' 명기 움직임 촉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정치적 명운을 걸고 결정한 조기 중의원 선거가 8일 치러진 가운데, 집권 자민당의 단독 과반이 확실한 것으로 예측돼 주목된다.

NHK가 선거 직후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274~32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자민당 연립파트너인 일본유신회(28~38석)까지 합칠 경우 302~366석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헌법 개정안 발의선인 국회 3분의 2인 310석을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다카이치 정권의 개헌 추진과 일본 정치의 우경화 속도, 한일관계 구도에도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민당 압승 확실시…'강한 일본' 승부수 통했다

이번 출구조사 결과로 예상되는 자민당 최대치인 328석은 다카이치의 '강한 일본'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300석을 넘긴 전례도 많지 않다. 지금까지 단일 정당 최다 의석 기록은 2009년 민주당이 기록한 308석이며, 자민당은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 시절의 304석이 최고 성적이었다.

연립 여당 기준으로는 2012년 아베 신조 정권 당시 자민당 294석, 공명당 합산 325석이 최대치로 꼽힌다. 이번 선거 결과가 출구조사 상단에 근접할 경우, 자민당은 단독으로도 기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3일 중의원을 전격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단행했다. 야권은 정기국회 예산 심의와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추궁을 피하기 위한 정략적 해산이라며 반발해 왔지만, 출구조사 결과는 조기 해산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선거 기간 내내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60% 안팎을 유지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선거가 정책 경쟁보다는 다카이치 총리 개인에 대한 신임을 묻는 성격이 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손잡은 '중도개혁연합'은 후보 단일화 실패와 대안 리더십 부재로 자민당 독주 구도를 막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민당이 단독으로 절대 안정 다수인 261석을 넘길 경우, 다카이치 총리는 당내 파벌과 중진들의 견제를 사실상 벗어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강경 보수 노선과 적극 재정 정책 등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 기조가 한층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여당이 310석 이상을 확보했다면 사실상 역대급 압승으로, 중의원에서는 재의결까지 가능한 매우 안정적인 권력 기반을 갖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참의원 구도상 당장 헌법 개정이 이뤄지기는 어렵고, 이미 안보 법제와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화로 평화헌법은 상당 부분 형해화 돼 있어 개헌은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뉴스1 김일환 디자이너
개헌 추진 여부 주목…한일관계는 '전략적 관리' 관측

선거 이후 최대 변수는 개헌 추진 여부다. 일본 헌법은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뒤 국민투표에서 과반을 얻어야 개정이 가능하다.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총선을 통해 중의원 압승을 노린 것도, 개헌 논의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개헌의 핵심은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것이다. 이는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기존 헌법 해석의 틀을 바꾸는 조치로, 일본을 사실상 '전쟁 가능한 국가'로 전환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긴급사태 시 내각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조항 신설 역시 주요 개헌 구상으로 거론된다.

다만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개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참의원은 여소야대 구도로 개헌 발의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며, 다음 참의원 선거는 2028년 여름에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정권이 개헌을 현실화하려면 중의원 선거 압승을 발판 삼아 야당 포섭과 여론전을 병행하며 장기적으로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선거는 정책 쟁점이 없는 선거에 가깝고, 다카이치 총리 개인에 대한 기대감이 그대로 의석 전망에 반영되고 있다"며 "중의원에서 압승할 경우 개헌 논의에 정치적 동력이 실리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참의원과 국민투표라는 제도적 문턱이 남아 있어 실제 개헌까지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가속화될 경우, 한일관계에도 중장기적 부담 요인이 누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정권이 안보·정체성 이슈에서는 보수적 노선을 강화하더라도, 외교적으로는 한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해 과거사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갈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중 갈등과 동북아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한일관계는 충돌보다는 관리와 협력 국면이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역사 보수 성향을 갖고는 있지만, 한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보고 있어 과거사 문제를 먼저 자극하며 갈등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