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대북 인도 사업 '제재 면제'…17개 사업 재개 길 열려(종합)

방미 조현 외교부 장관 제의 수용…트럼프 방중 앞두고 '유화 제스처'
보건·식수·영양 분야 등 수십만 달러 규모…외교부 "北 호응 기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스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워싱턴=뉴스1) 정윤영 노민호 기자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 면제' 승인으로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1718 위원회)에서 보류해 온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17건이 제재 면제를 부여 받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의 제의로 미국은 그간 1718 위원회 내에서 보류해 온 제재 면제 조치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제재 면제가 승인된 인도적 지원 사업이 총 17건으로, 우리나라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사업 5건과 유니세프·세계보건기구(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 사업 8건, 미국 등 다른 국가 민간단체 사업 4건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업은 모두 신규가 아닌 기존에 제재 면제를 받아 시행돼 왔던 사업으로, 이번에는 면제 기간 연장 성격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내용은 보건·식수·위생·취약계층 영양 지원 등 순수 인도적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사업별 규모는 수십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이 관여한 사업 역시 경기도와 국내 민간단체가 추진해 온 기존 사업의 연장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안보리 이사국 간 만장일치로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상반기 이후 최장 약 9개월간 절차상 이유로 보류돼 왔던 인도적 지원 사업들이 일괄적으로 해소된 결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사업 시행 여부는 북한의 수용 여부에 달려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며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애써 왔고, 이번 조치를 계기로 북한의 좋은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가 통과시킨 대북제재 결의 제1718호에 따라 설치된 1718 위원회는 대북제재 이행을 감독한다.

1718 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인도적 지원단체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면제할 수 있으며, 지난 2018년에는 관련 절차를 신속히 밟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제도적 정비도 했다.

다만 미국은 인도적 지원 물자가 본래 의도와 달리, 정권 유지에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재 면제 승인 과정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 와중에 미국이 이번에 제재 면제를 승인한 건 북미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인도적 분야에서 '대북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 보인다.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전격 이뤄진 이번 조치로 우리가 그리고 있는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구상도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대북 사안과 관련해 "며칠 내로 새로운 진전 사항이 있을 것 같다"라며 '진전'에 대해 "거창한 것은 아니고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성의 차원의 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