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여파로 핵잠·원자력 협상까지 유탄…계속 밀리는 일정

위성락 "무너진 관세 협상 여파, 핵잠·농축·재처리에도 영향"
범정부 대응 '공회전'…'美 중간선거' 11월 전 7부 능선 넘는 것이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미가 상호관세 인상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이 여파가 안보 분야 등 다른 한미 협력사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한국의 '30년 숙원'인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력 개정을 위한 양국의 협의 일정이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무너지게 된 여파가 핵잠 도입과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다른 합의의 후속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 측 안보 협상팀이) 지금쯤 한국에 와서 협의를 하고 있어야 할 때인데 지연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위 실장의 발언은 상호관세 인상 문제가 사실상 한미관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문제로 증폭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그간 관세 문제가 핵잠 도입이나 원자력 협정 개정 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실제 정부 내부에선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임이 처음 확인된 셈이기도 하다.

외교가 안팎에선 미국이 상호관세 문제를 다른 한미 협력사안의 후속 조치 협상에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 간 합의 사항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한국의 핵잠 건조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조정에 합의했음을 명시했다. 두 사안 모두 정부가 오랜 기간 진전을 위해 노력해 온 사안으로, 상당한 성과로 평가됐다.

위 실장은 지난해 12월에 미국을 방문해 미국과 후속 협상 일정 등을 논의했다. 이때 미국은 1월 중에 실무 대표단을 한국에 보내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부도 미국과의 후속 협의를 위해 협상팀을 구성하는 데 속도를 냈다. 외교부가 주도하는 '한미 원자력 협력 범정부 협의체(TF)'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 '핵잠 범정부협의체(TF)'는 1월 초에 이미 구성이 완료됐다.

하지만 1월로 예정된 미국 측 대표단의 방한은 구체적인 사유 설명 없이 2월 초로 미뤄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투자특별법 입안과 대미 투자의 구체적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핵잠 및 원자력 협력 논의를 위한 미국 대표단의 방한 일정이 '2월 말 혹은 3월 초'로 또 밀린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1월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 역시 관세 문제와 직접 연관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한국의 대미 투자 움직임이 선명하지 않자 핵잠과 원자력 협력을 압박 카드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조현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범정부 대응 '공회전'…11월 美 중간선거 전에 협상 종료 불투명

정부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외교·통상 라인을 총동원해 대미 설득을 시도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국회는 부랴부랴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법안의 국회 통과까진 한 달가량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3월 초까지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력을 위한 한미 간의 논의도 공전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특히 정부 내에서 상호관세 관련 대미 대응을 놓고 통상 파트와 외교 파트 간 '불협화음'의 조짐도 보이고 있어, 범정부적 협력도 공전할 공산이 크다. 외교라인에선 통상라인이 지난해 11월 팩트시트 발표 후 대미 투자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 소홀했다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통상라인에선 한미 간 외교적 소통이 미진했다는 비판적 시선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미국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 오는 11월 미국의 상·하원 선거(중간선거) 전에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력 개정의 최소 '7부 능선'을 넘는다는 구상이었다. 낮은 지지율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국정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미 첫 협상이 두 달가량 밀리게 된 상황에서, 정부의 구상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한국의 오랜 숙원 해결이 '한순간의 꿈'이 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ntiger@news1.kr